◆사례1=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인 A씨는 2003년 "지인의 약혼자에 대해 알아 달라"는 친지의 청탁을 받고 남성 가입자에 대한 개인급여 내역을 열람했다.

개인급여 내역을 보면 특정 인물이 어떤 질병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A씨는 해당 남성이 간질과 B형 간염 등으로 치료받은 사실을 친지에게 알려 줬으며 결국 이들의 약혼은 깨졌다.

◆사례2=또 다른 직원 B씨는 건강보험료 부과의 근거가 되는 특정인의 재산 관련 자료를 친구에게 넘겨 줬다.

이 자료는 조직 폭력배가 개입된 불법 채권추심업자에게 넘어가 '빚독촉' 수단으로 쓰였다.

B씨는 2003년 8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총 14회에 걸쳐 20여 명의 개인 정보를 유출했지만 2005년에 가서야 적발됐다.

국민의 재산과 건강 관련 정보를 취합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관리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2006년 1월과 2월 두 달 동안에만 972건의 개인 정보를 무단 열람하는 등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이 27일 두 공단으로부터 각각 제출받아 공개한 '개인정보 열람직원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와 '개인정보 유출 감사처분 내역'에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해 1월1일부터 2개월간 1647건의 개인정보 열람에 대해 특별 조사를 실시,절반 이상인 972건을 업무 목적 이외의 무단 열람으로 적발했다.

개인적 호기심으로 타인의 신상 정보를 열람한 경우가 많았으며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외부인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도 있었다.

1987년 공단 설립 이래 최초로 실시된 특별 조사에서 두 달 동안에만 4800여명의 공단 직원 중 10%에 해당하는 493명이 무단 열람했다는 점은 공단 내 개인 정보에 대한 인식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2년 이후 40명을 가입자 정보 무단 열람·유출 사유로 징계했다.

관련자와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토지매매 과정에서 위약금 문제로 다툼이 있던 매도자의 개인 정보를 무단 열람하고 재산권 제한 행위를 함으로써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등 죄질이 나빴다.

이혼한 전처의 연락처와 전처 애인의 주소지를 알아내 연락하는가 하면 친구 애인의 임신중절 사실을 알아내 친구에게 알려 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열람 과정에서 사유 등을 반드시 기록하게 하고 상부의 허가를 받게 하는 등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열람시 전산 상에 기록이 남게 하는 등 시스템 보완과 함께 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공단 직원만 1만명이 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