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俊 石 <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jsjung88@kotef.or.kr >

"거울아,거울아.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쉰 살이 넘은 사람 중에는 없사옵니다."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유머다.

인생을 좀 산 사람들에게 가장 아쉽고 부러운 것은 역시 젊음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 때쯤이면 지난 세월을 더 실감하게 된다. 중년 세대를 계절로 치자면 이맘 때와 같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중년들은 근대 산업화의 숨가쁜 세월을 온 몸으로 맞서 살아온 이들이다. 한눈 팔 겨를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 속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불현듯 열심히 살아온 그들의 무대에 이미 은퇴라는 막이 내려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얼마 전 모 주간지에 화려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실버 CEO들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유능한 후배들의 앞길을 위해 일선에서 용퇴했지만 그들만이 가진 노하우를 백의종군하듯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열심히 살아온 분들이 황혼기의 휴식을 반납하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의지에 마음이 훈훈했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도 세월의 원숙함에서 우러나오는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흐뭇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연령이 과거 1980년대에 비해 7~10년 줄었다고 한다. 급변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다양한 전문지식을 습득한 젊은 세대들이 경쟁력을 갖추어 기성 세대들보다 앞서 나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추세다. 그러나 긴 세월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아온 기성 세대들의 노하우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재단에서도 산·학 협력이나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도 등의 분야에서 퇴직한 전문가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려 한다.

중년 이후를 아름답게 사는 문제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중년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중년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가져온 미국의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그의 저서 '서드 에이지(third age)'에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여겨지는 중년 이후의 삶이 사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2차 성장기라고 주장한다.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중년들에게 인생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것을 역설한다.

준비된 중년은 아름다운 노년을 맞을 수 있다. 일과 여가의 조화,자신에 대한 배려,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실행,나를 위한 자유와 나를 둘러싼 주변과의 조화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나이를 잊고 삶을 소중하게 만들어가는 중년들에게 거울은 "아름다운 삶을 준비하는 중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