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마중 나온 한살배기 딸 송은을 껴안은 이형택(세계랭킹 39위.삼성증권)은 해방감과 뿌듯함으로 절로 웃음이 났다.

이달 초 귀국했을 때 메이저테니스대회 US오픈에서 7년 만에 16강 진출을 재현, 한국 테니스 위상을 끌어 올린 공로로 환대 받았던 그는 25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는 데이비스컵에서 20년 만에 한국을 월드그룹으로 이끈 노고를 팬들로부터 제대로 인정 받았다.

송은, 창현 등 연년생 딸, 아들을 보듬고 행복에 젖은 이형택은 요즘 테니스를 치는 게 너무 재미있다.

20년 만에 팀을 월드그룹으로 승격시킨 소감을 묻자 역시 "재미있다"는 답이 나왔다.

그는 "슬로바키아와 월드그룹 플레이오프 경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 번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꿨더니 자신감이 생겼다.

US오픈 때도 마찬가지였다.

꼭 16강을 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7년 만에 다시 한번 16강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는데 점점 자신감이 붙고 정말로 16강까지 가더라. 목표를 달성해 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월드그룹에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실현됐고 이제 2008 베이징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는 꿈만 이뤄지면 된다.

이형택이 단식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내년 6월9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48위안에 들면 된다.

환희도 잠시, 이젠 세계 16강에서 생존법을 터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형택은 다시 냉정해졌다.

그는 "솔직히 우리 팀은 월드그룹에 올라온 팀 중 가장 약하다.

2번 단식 주자가 나보다도 좋은 팀이 많다.

이번 플레이오프도 도미니크 에르바티(38위)가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지만 월드그룹은 전혀 다르다"고 내다봤다.

이어 "27일 내년 월드그룹 일정이 발표되겠지만 스페인, 미국 등 강국은 일단 피하고 싶고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패했던 루마니아 같은 나라는 한국에서 홈경기를 치르기에 한번 붙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형택은 "임규태와 오랜만에 복식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국제대회에서 좋은 상대와 경기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는 것 같다.

연말연시에 체력을 좀 더 보탠다면 앞으로 좋은 활약을 펼칠 것 같다"며 새 복식 파트너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기분은 날아갈 것 같지만 이형택의 현재 컨디션은 천근만근 무겁다.

US오픈, 차이나오픈을 거치면서 무릎에 피로가 쌓인 그는 데이비스컵 대회에서도 내내 얼음찜질을 했다.

지금은 오른쪽 옆구리도 결린다.

그는 "옆구리가 아파 금주 방콕 오픈을 포기했는데 치료에 집중한 뒤 다음주 일본 오픈 참가 후 스케줄을 조정할 참이다.

오른쪽 팔꿈치도 썩 좋지 않아 주원홍 감독님과 전국체전 출장 문제를 상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영종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