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제공해야 한다."

재계는 '미국에는 없는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거나 '미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어렵게 체결한 한·미 FTA를 경제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선 양국 기업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말해 우리 기업들에게만 채워져 있는 규제 족쇄를 풀어줘 미국 기업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9일 "주요 업종의 한·미간 규제현황 비교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미국과 비교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46건의 규제를 제시했다.


◆미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제.

전경련은 이같은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비(非)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금산(金産)분리 규제를 들었다.

미국은 은행업의 경우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동일인의 은행 주식 취득을 5% 이내로 제한)을 적용하고 있지만 증권,보험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전규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산법에서 은행,비은행을 구분하지 않고 금융기관이 같은 그룹 내의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재벌그룹의 '사금고화' 되는 것을 막는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규제는 삼성 등 일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산운용을 제약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또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 의약품을 편의점 등 소매유통점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것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제라고 밝혔다.

소화제,진통제 같은 구급용약품을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해 소비자 후생만 떨어뜨린다는 것.


◆미국보다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규제

전경련은 지역 중소건설업체와의 공동입찰 참가 의무를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미국은 일부 저개발 지역에서만 중소업체를 지원하고 있지만,우리나라는 입찰에 참여할 때 반드시 해당 지역의 중소건설업체와 공동으로 참가하도록 의무화해 시장경쟁을 제한하고,지역업체의 자생력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와 자동차 안전기준도 과도한 규제로 지적됐다.

평균배출량 제도를 적용해 탄력적인 생산이 가능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차종에 따라 일률적으로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또 자동차 안전기준의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의 기준을 일관성 없이 도입,추가적인 연구개발(R&D)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에 비해 미비한 제도.

한·미FTA 시대에 대비해 미국보다 뒤처진 제도들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IPTV의 경우 우리나라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국제적인 기술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것.제도가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상당한 생산유발 및 고용창출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가 재량으로 IPTV 사업을 허용,주요 통신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밖에 미국에 비해 두배나 높은 자동차 유류세,공공성을 지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 미흡 등을 '미국보다 낮은 수준의 지원 제도'로 꼽았다.

또 항공운임 인가제와 항공화물운임 허가제 등은 업계 자율에 맡겨도 되는데 정부가 쓸데 없이 간섭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