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요청 '기업규제 전수조사' 사한 D-10

5500여개 존속.개선.폐지 구분… 연휴도 반납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계에 '규제개혁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지난 5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요청한 기업관련 규제 '전수조사'에 재계 전체가 발벗고 나선 것.현 정부가 규제개혁이라는 마지막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고,나아가 각 대선 캠프의 경제 정책에 재계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시키기 위해서다.

김종석 한경연 원장(규제개혁추진단장)은 18일 "한 총리가 요청한 보고서 제출 시한인 9월 말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서 범(汎)재계의 모든 규제 전문가들이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도 반납한 채 막바지 점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 "규제 샅샅이 따져라" 총동원령
김 원장은 "정부가 공식 집계한 5500여개의 규제들과 보조금 차등 지원 등 실질적으로 규제 효과를 내는 각종 제도들을 39개 분야로 나눠 샅샅이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규제개혁추진단 내 17명의 연구위원뿐 아니라 민간 경제연구소와 대학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 67명에게 연구 용역을 맡겼으며,39개 분야별로 진행된 연구결과를 20일 취합해 막판 조율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9개 분야는 수도권,공정거래,소비자,교육,환경,관광·문화 등 우리 사회의 거의 전 분야를 총망라한다"고 덧붙였다.

추진단은 앞서 한 총리의 요청을 받은 직후인 지난 5월 400여 전경련 회원사들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등으로부터 465건의 개혁 과제를 전달받았다.

일선에서 직접 규제를 경험하는 기업 담당자,오랫동안 재계의 입장에서 규제 개혁에 대해 연구해온 학자,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한국의 규제를 바라보는 외국 기업인 등 관계자들이 모두 동원된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 재계가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철학은 시장과 인센티브(유인).시장원리에 맞지 않거나,실제 사람들의 경제활동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시장 중심적이고,현실적인 규제로 바꾸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보고서 작성의 실무를 주도하고 있는 이주선 한경연 박사는 "규제 준수율,시장경제 원칙,국민생활의 불편 해소,규제 비용 대비 효과 등의 기준을 모든 참가자들과 공유한 후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이 같은 기준을 통해 5500여개의 규제를 △존속시킬 규제 △개선해야 할 규제 △폐지해야 할 규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정부에 보고할 방침이다.

물론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할 이유를 담은 사유서도 보고서에 포함된다.

김 원장은 "이번 보고서에서는 특히 규제의 양도 중요하지만 규제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규제가 집행되는 절차와 과정,거기에서 발생하는 피규제자의 준수부담(비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정권이 얼마 남지 않아 당장 이번 보고서가 얼마나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재계 입장에서 각 대선후보 캠프와 차기 정부에 선진 경제로 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의미도 크다"며 "규제 개혁의 쿡북(요리책)을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