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 첫날부터 EU 측 수석대표가 우리 측의 수정된 양허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 협상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측 수석대표는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쉐라톤 호텔에서 가진 포토세션에서 "한국 측 수정안이 약간 진전된 것이지만 여전히 우리 측의 기대 수준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양측 안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베르세로 수석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난 6일 우리 측이 전달한 수정 양허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측은 수정 양허안에서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산품 관세 철폐시한을 최장 7년 내로 단축했고,최대 민감품목인 돼지고기를 포함한 250개 농·축·수산물에 대한 개방 일정도 명시했다.

또 교역액 기준 조기 관세철폐(협정 발효 후 즉시 철폐 및 발효 후 3년 내 철폐) 비율도 2차 협상의 63%에서 68%로 높였다.

그러나 이날 EU 측이 우리 측 수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드러냄에 따라 남은 협상 기간 과감안 개방안을 요구하는 EU 측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는 조기 타결을 언급하는 등 협상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수석대표는 "3차 협상에서 양측은 모든 부문에서 본격적인 주고받기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 한·EU 타결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수석대표의 회동에 이어 시작된 첫날 협상에서 양측은 상품(관세,통관,무역원활화,기술무역장벽),서비스·투자(전자상거래) 규제(경쟁) 등 4개 분과에서 공방을 벌였다.

한편 양측의 공식 협상 시작에 맞춰 현지에서는 국내 민간 대표단의 지지 표명 및 반대 시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조양호 한진 회장 등 민간 대표단은 이날 브뤼셀에서 협상단과 별도로 EU 측 고위인사 및 업계 관계자들과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EU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원정투쟁단도 브뤼셀 시내 협상장과 EU본부 주변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브뤼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