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욕 월가에서는 앞으로 증시를 이끌고 갈 주도주 논쟁이 한창이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최근과 같은 증시 복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신경제 신화(new economy syndrome)'가 다시 올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점이다.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증시의 최대 악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이미 모기지 부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건설업,금융업 등은 최소한 미국 내에서는 타격을 받고 있다.

또 모기지 부실로 부동산 값이 떨어질 경우 역(逆) 자산 효과로 소비 업종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고유가도 증시의 또 다른 악재로 급부상 중이다.

대부분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

최근처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철강과 조선,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의 채산성이 악화돼 이들 업종의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이에 반해 신경제 관련 업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오히려 모기지 부실로 금융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무너진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IT 수요가 급증한 당시처럼 특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신경제 관련 업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이 증대되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최근과 같은 고유가·고원자재 시대에 있어서는 부족한 자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충시킬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당분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뉴욕 월가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1990년대 후반에 이어 신경제 관련 업종이 증시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시각이 10년 주기설과 맞물리면서 공감대를 얻어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미 일부 세계적인 펀드매니저들은 여름 휴가철 이후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신경제 관련 업종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들이 한국의 삼성전자,중국 소후닷컴,대만 혼하이 정밀,일본 야후재팬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특히 중국의 소후 닷컴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만약 신경제 관련 업종으로 주도주가 바뀔 경우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와 9·11 테러 이후 약 5년 이상 지속돼온 '구강신약(舊强新弱)'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는 셈에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구경제 관련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왔던 것을 변경해야 하는 등 일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순환 사이클상으로 올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간 세계경기는 앞으로 성장률이 다소 둔화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인구 구성상으로 미국은 핵심소비 계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까지 유지되는 데다 다른 국가들의 인구도 속속 소비계층으로 편입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주도주 논쟁에서 '신경제 신화'가 다시 올 것이라는 시각은 모기지 부실에 따른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미국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전보다 약화되긴 하겠지만 구경제 관련 업종들이 계속해서 주도주 위치를 지켜 나가는 가운데,특히 중국의 주력 업종인 음식료 철강 조선 건설 등은 차이나 리스크에 따른 추가 긴축정책에도 불구,중장기적으로 가장 유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