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을 앞두고 자동차와 더불어 최대 관심 품목의 하나인 돼지고기를 양허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한수 한·EU FTA 한국 수석대표(외교통상부 FTA추진단장)는 오는 17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3차 협상을 앞두고 14일 기자들과 만나 "돼지고기를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FTA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차 협상에서 우리 측은 돼지고기 등 250개 기타 품목에 대한 개방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 수석대표는 "농산물의 경우 EU 측의 주요 관심 품목을 이번 수정안의 양허 대상에 포함했다"면서 "EU의 관심 품목은 돼지고기 올리브유 포도주 닭고기 등"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측은 대신 이들 품목의 관세 철폐 시기를 10년 이상으로 잡았다.

정부가 EU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수정안을 마련해 전달함에 따라 양측은 이번 3차 협상부터 본격적인 세부 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산품 7년 내 관세 철폐

정부는 지난 6일 EU 측에 전달한 수정 상품양허안에서 일부 소수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공산품의 관세 철폐 시기를 7년 이내로 앞당겼다.

이는 공산품 개방 시기를 협정 발효 후 최장 10년까지 잡은 기존 안보다 진전된 것이다.

다만 쌀과 쌀 관련 16개 품목은 여전히 양허 제외 품목으로 분류했다.

김 수석대표는 "공산품의 수정안은 한·미 FTA를 포함한 다른 FTA 양허안보다도 전향적인 것"이라며 "관세 철폐 시기를 EU 측과 비슷하게 맞춘 만큼 주고받기를 위한 탐색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7년 내 관세 철폐 품목으로 설정한 자동차에 대해 김 대표는 말을 아꼈다.

"결국엔 철폐 시기를 양측 모두 당겨야 하겠지만 문제 제기 시점은 이번 협상이 될 수도 있고 다음 협상이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3차 협상에서는 자동차의 경우 관세 철폐 시기보다는 UN ECE(유엔유럽경제위원회)의 자동차 관련 80여개 규정 도입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란 얘기다.

◆"지식재산권…힘든 협상될 것"

EU 측이 비교우위에 있는 지식재산권 분야도 3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U 측은 2차 협상에서 '추급권(追及權·reale right)' '공연보상 청구권' 등 한국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지식재산권 권리를 도입하라고 압박했다.

'추급권이란 미술품이 중개상을 통해 거래될 때 양도차익(1~5%)을 저작권자가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이며,'공연보상 청구권'은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서 음반을 틀 경우 저작권자 외에 음반 제작자 및 연주자에게도 보상하는 제도다.

윤성덕 FTA교섭총괄과장은 "지식재산권 분야는 매우 어려운 협상이 예상된다"면서 "EU 측의 안에 대해 전문가 자문,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관계 부처 대책회의 등을 거쳐 우리 측 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U 측은 이번 협상에서도 속칭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품의 제작·유통 단속을 강화하는 문제를 거론하며 공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조달 분야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EU 측은 지난 협상에서 "기초 지방자치단체까지 개방 대상에 포함하자"고 요구했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