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길 속엔 그것을 약화시키는 심지나 검댕이가 자라고 언제나 똑같이 좋은 건 없어.좋은 것도 넘치면 제풀에 죽고.그러니 하고픈 일은 하고플 때 해야 해.'하고픈 마음'은 수많은 말과 사건으로 변하고 줄고 지연되며,'해야 한다는 마음' 또한 한숨이 피를 말리듯 누그러지며 우리를 해치니까.'

셰익스피어 작 '햄릿'에서 왕이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즈에게 아버지를 죽인 햄릿에게 복수하라고 부추기는 대사다.

영국의 자부심이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남긴 작품은 희곡 37편과 소네트(14행 시) 150여편.52세에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의 작가가 썼다고 보기엔 실로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그 많은 작품이 모두 독특한 소재와 방대한 어휘,인간 본성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세심하고 정확한 상황 묘사로 가득하다.

1611년 판 '킹 제임스 성경'의 단어는 1만개지만 셰익스피어 희곡에 쓰인 단어는 평균 2만개 이상이라는 마당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건 그 때문이다.

수백 종의 전기(傳記)와 평전에도 불구,여전히 전 세계에서 하루 1권 이상 관련 저서가 발간된다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영국의 유명 연극배우·연출가 287명이 또다시 의심선언을 했다고 한다.

이유로 내세운 건 정규교육 부족 및 지방 출신으로 궁중생활을 알 리 없다,원고료 수령 기록이 전무하다 등.

비슷한 근거로 동시대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 혹은 에드워드 드 비어가 원작자일 것이라는 설은 과거에도 수없이 나왔다.

원작자가 누구인가를 따지는 건 호사가들의 일이다.

중요한 건 그의 희곡과 시(詩)들이 시대와 민족을 초월해 던지는 감동과 메시지다.

역사극에서 출발,희극 비극 로맨스극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언어의 마술과 인간 심리의 복잡미묘함을 보여준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이 가을 읽는 이의 가슴을 친다.

"사람은 자기가 등장하는 시간엔 무대 위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오가지만 물러나면 더이상 말을 들어주는 사람 없는 가련한 배우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