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조원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우려되던 9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트리플 위칭데이)이 매수 우위로 마감되며 무사히 지나갔다.

대량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코스피지수는 34.50포인트(1.9%) 오른 1848.02로 끝났다.

코스닥지수도 9.56포인트(1.26%) 오른 767.39로 마감했다.

시장 전망을 밝게 본 투자자가 많은 데다 연기금이 대규모 매수세를 유입시킨 게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선물 9월물에서 12월물로 갈아탄(롤오버) 물량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만기일은 끝났지만 매물 부담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매물 이월돼 '만기불패'이어져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우려가 기우로 끝나고 오히려 2127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매수차익 거래자들은 1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포지션을 청산하는 대신 거의 대부분 12월물로 롤오버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유는 장세 전망을 밝게 본 투자자들이 매수에 가담해 선물 12월물의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금 청산하는 것보다 12월물을 선택하고 기다리면 더 좋은 청산 기회가 올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12월물의 강세는 매수차익거래 청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프레드(12월물-9월물 가격)를 오후장 한때 2.0까지 키우며 롤오버를 유발했다.

스프레드는 8월 중순 이후 1.5~1.7을 오가다 오후 2시쯤 처음으로 2.0을 넘어섰으며,이때 많은 매수차익 거래자들이 12월물로 포지션을 롤오버시켰다.

특히 2000억원대의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데는 연기금의 역할이 컸다.

연기금은 동시만기일을 이용해 마감 동시호가에 1646억원의 대량 프로그램(비차익) 매수세를 유입시키며 주가 상승폭을 키웠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인 베이시스가 외국인 선물 매수세에 힘입어 오후장에서 0.7(콘탱고)까지 개선된 것도 프로그램 매수세를 촉발시킨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2월 만기일을 제외하고는 8번의 옵션 만기일이 매수 우위로 끝나는 '만기불패' 상황이 이어졌다.

◆만기 후폭풍 있을까

이날 1조원 안팎의 잠재 매물이 출회되지 않고 롤오버됨에 따라 어느 정도의 만기 후폭풍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조5000억원대인 매수차익 거래자들이 언제라도 청산의 기회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대 1조원 규모의 매수차익거래가 청산 기회를 찾고 있기 때문에 마감일 이후 프로그램 매도 우위가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채권보다 좋은 수익률로 청산할 수 있는 매수차익 거래자 물량이 7000억~8000억원에 달했는데 이익을 실현시키지 않고 롤오버한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장지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동시만기일에 청산되고 나면 금방 하락을 만회할 수 있는데 매물이 대부분 롤오버돼 만기 이후에도 부담을 지고 가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후폭풍의 강도는 외국인의 선물 매매 태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시스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인 외국인이 선물 대량 매도에 나서면 프로그램 매물이 늘고,그렇지 않을 경우엔 점진적인 청산이 예상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