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교육인적자원부와 전면전을 벌인 끝에 신설한 '글로벌KU' 전형 탓에 체면을 구겼다.

경쟁률이 저조한데다 미달학과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KU는 고려대가 해외고교 출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만든 전형이다.

해외에서 2년이상 거주해야 하며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도 필요하다.

14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 11일 마감한 수시 2학기 글로벌KU 전형에는 50명 모집인원에 75명이 지원,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계공학부 정보경영공학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컴퓨터통신공학부 등은 아예 1명도 지원자가 없었다.

고려대의 글로벌KU 전형 담당자는 "이번 수시 결과를 보고 솔직히 놀랐다"며 "2년 이상 외국에서 수료한 학생들 중에서 이 전형을 아는 학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시 전형이 끝나면 다각도로 분석해서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KU전형에 구멍이 뚫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시 2학기 일반전형 지원자들은 "국내고교 출신이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 수시 2학기 일반전형은 1111명 모집에 4만7885명이 지원,43.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글로벌KU 전형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30배가량 차이난다.

고려대 수시 2학기 일반전형에서 경영계열에 지원했다는 한 수험생은 "일반전형 경영계열의 경쟁률은 39 대 1에 이르는 반면 글로벌KU 전형 내 경영계열 경쟁률은 1.6 대 1에 불과하다"며 "국내고교 출신자들이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KU 전형은 교육부와 고려대가 오랜 논쟁 끝에 확정한 전형이다.

당초 고려대는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국내 고교 출신자라도 SAT 성적만 가지고 있으면 응시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해외고교 졸업자로 응시 대상을 줄이라고 지시했고 협상 끝에 2년 이상 해외에 거주한 학생으로 지원자격을 최종 결정했다.

송형석 기자/이경준 인턴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