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물적투자 사립대 강점 극대화

지방소재 대학들이 2009년 본격 도입되는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인가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법대 교수를 영입하고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쏟아부는 대학이 적지 않다.

그만큼 로스쿨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지방 대학들이 로스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치 여부에 따라 학교 위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로스쿨 유치에 성공할 경우 매년 최소 50명가량의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어 지역 명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경북지역을 시작으로 권역별로 어떤 대학이 로스쿨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권역별로 1개 정도 대학이 로스쿨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2일 저녁 대구시 수성구의 모 음식점.부장검사 출신의 실무교수를 영입한 영남대 법대의 환영회가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로스쿨 신청 기준에 모자랐던 마지막 실무교수 영입에 성공한 만큼 법대 전체의 기쁨은 어느 때보다 컸다.

일정상 총장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격려금을 전달했고 법대 교수 전원이 참석해 서로를 격려하고 기쁨을 나누며 유치 필승을 다짐했다.

대구·경북지역 로스쿨 유치에는 경북대와 영남대가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정부가 로스쿨 설치규정을 완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대도 유치전에 나섰으나 교수 확보 등에 실패해 사실상 2파전 양상이다.

두 대학은 로스쿨 준비를 위해 지난 3년여 동안 건물 신·증축,인력 충원 등에 학교의 가용재원을 대대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자체와 동문회까지 나서 지역 전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임교수 확보를 둘러싼 스카우트전과 특화된 교과과정 개발 등은 초미의 관심사다.

대구 경북지역의 로스쿨 유치는 전체 총원이 결정된 후 영남지역에 몇 개의 로스쿨이 인가될 것인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각 대학들은 영남지역에 대체로 2개에서 4개의 대학이 로스쿨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4개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성공할 경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등 각 지자체별로 한개씩 배정이 가능해 큰 문제가 없지만 2~3개로 정해질 경우 국립과 사립대학,지역간 안배 등을 둘러싸고 예측하기 힘든 싸움이 전개될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효신 경북대 교수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광역 지자체당 1개 이상 로스쿨이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 지역의 공동된 의견"이라고 성명했다.

2004년부터 로스쿨 설립 준비해온 경북대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가장 인가 가능성이 높은 대학으로 꼽힌다.

법대학장과 기획처장을 로스쿨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대학 전체의 역량을 로스쿨 유치로 집중하고 있다.

노동일 경북대 총장은 "로스쿨의 유치 여부가 경북대가 더 성장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로스쿨 유치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지난 3년 동안 법조실무 전임교원 16명을 충원,현재 전임교원 32명을 확보한 상태다.

이 중 8명은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이다.

경북대는 로스쿨 정원을 120명으로 할지 아니면 150명으로 할지 고심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120명을 신청할 기준은 모두 충족했지만 150명으로 신청하려면 추가로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배병한 경북대 로스쿨 유치추진위원장은 "다른 대학과 견줘 우수한 교수진과 10여년 동안 전국 7~9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사법시험 합격자 수 등이 경북대의 강점"이라며 "내부적으로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시설투자나 교수임금 등에 과감한 투자가 힘든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경북대는 로스쿨 인가 평가에서 특성화 교과과정 및 전임교원 확충 등이 중요하다고 보고 가칭 '교과과정 개발 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경북대의 개인정보보호 지적재산권 전자상거래 통신방송융합 등을 특성화할 계획이다.

경북대의 최대 경쟁자는 영남대다.

인가가 안난 상태에서 최근 로스쿨 입학설명회까지 열었다.

영남대는 2005년 10월 로스쿨 설립추진 위원회를 만들고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로스쿨 설립추진위원회 단장은 박인수 전 법대학장이 맡고 있으며 20명의 교수들이 실무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문으로 구성된 로스쿨 유치 자문단의 수도 200명이나 된다.

영남대 법대 출신인 한나라당 전재희·임인배·이명규·주호영 의원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이병후·배기원 전 대법관 등 동문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영남대가 희망하는 로스쿨 정원은 120명이다.

이를 위해 27명의 전임교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초 3명의 교원이 수도권 대학으로 이전한 이후 추가로 이탈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교수진들의 로스쿨 유치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영남대는 사립대인 만큼 시설과 물적투자 부분에 있어서는 경북대보다 한수 위라는 평을 받는다.

최근 국제적인 수준의 강의실과 모의법정을 갖춘 로스쿨 전용 건물을 49억원을 투자해 완공했다.

이곳에는 최대 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 2개와 100명이 들어가는 중·소 강의실 13개가 만들어진다.

박 단장은 "입학생 전원의 기숙사 생활 보장,1인 1좌석제 도입,개인 튜터제 신설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법학연구소에 유급 연구원을 보강하고 학회지 '영남법학'을 등재지로 격상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동기 영남대 총장은 "현재 영남대학이 관련 시설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모두 150억원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40~50억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해 시설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영남대는 로스쿨을 유치하면 '공익과 인권분야'로 특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본 오사카대학과 법률학 공동학위제 및 교환교수제 협약도 맺었다.

대구대도 최근 이재석 법대 학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로스쿨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로스쿨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로스쿨 입학정원이 넉넉히 책정될 경우 대구대도 로스쿨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실무 전임교원을 공채로 선발할지 특채로 선발할지를 놓고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등 준비작업이 매끄럽지 못한 상태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