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임금과 위안화 가치에 상승압력으로 작용,중국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중국 통계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5%로 전월 상승률(5.6%)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작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였으나 올 들어 급등,지난 6월 4% 선을 돌파한 데 이어 7월과 8월에 각각 5%와 6% 선을 뛰어넘었다.

중국의 이 같은 물가상승은 질병(청이병)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옥수수 등 일부 곡물이 대체에너지 개발용으로 사용되면서 기본 식품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식료품가격 상승률은 18.2%로 뛰었다.

돼지고기는 49.0% 폭등했다.

같은 기간 비식료품가격 상승률은 0.9%에 머물렀다.

기본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라면(8위안→10위안),햄버거(5.5위안→7위안) 등 가공식품값이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는 주택가격이 빠져 있어 최근 집값 상승을 감안하면 서민들의 물가부담은 지표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의 지만수 박사는 "물가상승이 식료품에 제한되고 공산품은 크게 오르지 않아 현재로선 중국 경제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물가 폭등이 임금과 위안화 가치 상승을 촉발시킬 여지가 큰 만큼 향후 물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에 중국발 물가쇼크가 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인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베이징시는 올 들어 최저임금을 640위안에서 730위안으로 올렸다.

상하이는 750위안에서 840위안으로,톈진 역시 670위안에서 740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선전에서는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 데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물가상승은 위안화 가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지 박사는 "식료품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상품의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화폐 가치를 올리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현재까진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물가상승이 전반적인 생산코스트를 높이는 동시에 수출환경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긴축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나 은행의 지불준비율 인상 등 추가 긴축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지난달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에 대비해야 한다'고 추가 긴축 의지를 밝혔었다.

중국 삼성경제연구소 박승호 소장은 "물가상승으로 전반적인 생산원가가 높아지고 있는 징후는 아직 없다"며 "그러나 물가상승은 앞으로 있을 임금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기업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8월 월간 기준으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무역흑자를 올렸다. 흑자 규모는 249억7000만달러.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8%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6월의 269억1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소폭 모자라지만 7월의 243억6000만달러에 비해서는 다시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올 들어 1~8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161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해관은 8월 한 달간 수출이 1113억6000만달러로 22.7% 증가한 반면 수입은 863억8000만달러로 2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폭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미국 등 무역상대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은 중국의 위안화가 실제보다 절하돼 있어 중국 수출업체가 부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