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관련 해명이 결국 모두 거짓이었음이 10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로써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변 실장의 일방적인 해명에만 의존한 채 노무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핵심 참모라는 이유로 자체 조사에 미진했던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특히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의 부적절한 처신과 이번 사건의 시점이 겹치면서 "깜도 안된다,소설같다"며 언론의 의혹제기를 비난해 온 참여정부의 도덕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변 실장과 신씨 관계는(?)

청와대가 이날 변 실장의 사표 수리 방침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동안 변 실장의 해명이 모두 사실과 다름을 확인했다.

초기 미술에 관심이 많아 우연히 알게 됐다는 변 실장의 말과는 달리 신씨와 예일대 선후배 관계로(신씨의 학위는 허위로 판명) 수년 전부터 잘 아는 사이이며 빈번한 연락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 7월 장윤 스님을 만났을 때 신씨 문제를 언급한 사실도 있으며,노 대통령의 7월 과테말라 순방을 수행하던 중에도 친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장윤 스님과 연락한 사실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검찰의 신씨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변 실장은 사의를 표명했으며,노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은 뒤 "신분을 유지할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사표를 수리하라"고 지시했다.


◆변 실장이 몸통(?)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청와대는 '빈번한 연락' 외 추가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개인적인 사정에 따른 것으로 변 실장의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자체 조사에 한계가 있었음을 밝혔다.

따라서 신씨가 동국대 교수로 발탁되고 광주비엔날레 연출감독으로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은 결국 검찰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靑,그동안 뭐했나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해명이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상황 관리 능력에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일고 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사건의 특성상 제3자가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변명을 하고 있지만,자체 조사에 대해 착수조차 하지 못한 채 검찰이 단 한 번의 압수수색을 통해 변 실장의 거짓말을 밝혀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청와대의 내부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꼴이 된 것이다.

청와대가 "변 실장이 조사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꼬리 자르기'에 나서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당장 변 실장의 거짓 해명 사실이 사건을 맡고 있는 검찰의 입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의 보고를 거쳐 청와대를 통해 발표가 이뤄진 점도 청와대가 받게 될 정치적 타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 '빙산 일각' 맹공

한나라당은 청와대 발표 직후 "국민들은 또 한번 속았다"며 맹공에 나섰다.

박형준 공동대변인은 논평에서 "변 실장은 그동안 신씨와의 관계를 강력 부인해왔고 심지어 대통령이 나서서 '소설 같다'고 했고,청와대 대변인은 법적 대응 운운하며 조기에 입막음을 시도했다"면서 "변 실장과 청와대는 모든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공직자로서 가장 나쁜 행태인 거짓말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사람이 청와대 핵심을 형성하고 있는데 누가 이 정권의 공직자와 청와대를 믿을 수 있느냐"며 "검찰은 국민들의 분노를 헤아려 청와대에만 진실을 보고할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먼저 소상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더구나 이 상황에서 청와대와 검찰의 사전 조율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변 실장이 과연 '신정아 게이트'의 끝인가.

더 큰 손,더 큰 배후는 없는가.

꼬리 자르기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도 청와대의 사과와 함께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심기/이준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