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을 미국에 온전히 맡긴 양상이다.

미국 국무부의 한국 데스크인 성 김 과장이 오는 11~15일 방북하는 '불능화 기술팀'의 단장을 맡을 것이라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9일 전했다.

한국계인 김 과장은 미국·중국·러시아 등 3개 핵 보유국 기술자로 구성된 불능화 기술팀과 영변 5MW 원자로·재처리 시설·연료봉 제조공장을 실사한 후 불능화 방법을 다음주 6자회담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미국은 국무부·에너지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들을 함께 파견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등 양자 현안도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도의 불능화는 북한이 먼저 뜻을 비쳤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달 16~17일 선양에서 열린 6자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우리 기술자들에게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불능화하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불능화 권한을 줌으로써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 등 정치적 인센티브를 확실히 예약하는 효과도 있다.

비용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비용 문제와 관련,다른 정부 당국자는 "포기시키려는 쪽이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게 북한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누가 불능화 작업을 하고 비용을 부담할지는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기꺼이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핵시설 3개를 불능화하는 비용은 안전과 환경 기준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지만 1000억원대를 호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