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ㆍ호텔 추석선물세트 '포장 거품'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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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몰 20만원에 파는 한과세트 200만원 예물함에 넣어 500만원 짜리로
서울 시내의 한 유명 백화점. 추석을 보름 정도 앞둔 백화점 지하 1층 식품매장엔 '남다른' 포장을 한 채 진열돼 있는 선물세트들이 눈길을 끈다. 명인이나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직접 만든 예술작품에 제품을 담은 선물세트라는 게 백화점 직원의 설명이다. 내용물은 흔히 볼 수 있는 한과나 곶감인데 가격은 수백만원대다. 위 아래를 훑어보던 백화점 직원은 "선물을 담은 예술작품만 따져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특급호텔들이 추석대목을 앞두고 '명품''프리미엄' 이름을 내건 초(超)고가 선물세트를 쏟아내고 있다. VIP용 선물 수요를 겨냥,'한철 장사'를 노리고 정확한 원가를 알기 어려운 도자기와 예물함 등에 제품을 담고 호화로운 포장을 곁들여 '부르는 게 값' 수준의 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만원대 '작품'이 500만원짜리 선물세트로 둔갑
A백화점은 올해 추석선물세트의 테마를 '신뢰'와 '명품'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선물세트에 추천자의 사진과 이름을 새기는 실명제를 도입했다. 무형문화재나 명인 등 자타가 공인하는 장인들이 직접 만든 작품에 제품을 담아 백화점 추석선물의 거품가격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것.
500만원짜리 한과세트인 '담양한과 예인'이 대표적인 선물세트다. 이 세트는 무형문화재 29호 화각장 한춘섭씨가 만든 화각함에 전통한과를 담았다. 가로 38cm,세로 26cm,높이 25.5cm 크기의 예물함에 한과를 4단으로 넣은 것. 롯데닷컴에서 올 추석선물로 내놓은 담양한과의 최고가인 20만원보다 무려 25배 높은 가격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한춘섭 선생의 작품 중엔 1000만원을 넘는 걸작들이 수두룩 하다"며 "예물함 가격만 따져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한씨가 경복궁 소장품을 재현해 현재 경복궁에 보관돼 있는 '화각서수문함' 등은 10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번에 A백화점이 준비한 '담양한과 예인'에 사용된 예물함은 200만원대에 주문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2004년 추석선물세트를 만들기 위해 주문했던 작품을 3년 지난 올 추석선물세트에 사용한 것. 주요 백화점에 추석선물세트를 납품하고 있는 김모씨는 "백화점 이미지 때문에 한 두개씩 매년 테마를 바꿔 고가제품을 바이어들이 주문하면 이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다"며 "워낙 비싸고 재고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고 귀띔했다.
◆특급호텔 참조기는 '금(金)조기'
특급호텔들도 추석선물세트 거품 경쟁에 나섰다. 서울시내 최고급으로 꼽히는 B호텔은 '추자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조기를 서해 천일염으로 섭장한 최고의 영양식'이라며 명품 알배기 굴비(특호,마리당 길이 30~34cm)를 250만원에 내놨지만,영광 수협은 이 호텔과 동일한 산지에서 잡힌 알배기 특호를 100만원 안팎에 팔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호텔들은 전문 도매상을 끼고 선물세트를 만드는 데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텔이 판매 중인 한우선물 세트는 거품이 훨씬 더 크다. C호텔이 선보인 '한우스테이크 & 송이피클 세트'는 등급이 최상급보다 한단계 아래인 '1+'인데도 3kg에 송이피클 250g을 곁들여 45만원을 받고 있다. 농협유통에서 '1++'등급이 100g당 9000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거품'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다. 강남 C호텔이 70만원에 내놓은 '명품꽃등심 세트' 4kg(1+)은 품질이 더 좋은 '1++' 등급의 대형마트 판매가(약 36만원)보다 배 가까이 비싸다.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와인 역시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D호텔은 일본에서 9만2400엔(74만7700원,와인전문점 기준)에 팔리고 있는 샤토마고 1989년산을 310만원에 내놨다. 이에 대해 호텔 관계자는 "일반 소매점에선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선물로 구성했기 때문에 고가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민/박동휘 기자 gmkdm@hankyung.com
서울 시내의 한 유명 백화점. 추석을 보름 정도 앞둔 백화점 지하 1층 식품매장엔 '남다른' 포장을 한 채 진열돼 있는 선물세트들이 눈길을 끈다. 명인이나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직접 만든 예술작품에 제품을 담은 선물세트라는 게 백화점 직원의 설명이다. 내용물은 흔히 볼 수 있는 한과나 곶감인데 가격은 수백만원대다. 위 아래를 훑어보던 백화점 직원은 "선물을 담은 예술작품만 따져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특급호텔들이 추석대목을 앞두고 '명품''프리미엄' 이름을 내건 초(超)고가 선물세트를 쏟아내고 있다. VIP용 선물 수요를 겨냥,'한철 장사'를 노리고 정확한 원가를 알기 어려운 도자기와 예물함 등에 제품을 담고 호화로운 포장을 곁들여 '부르는 게 값' 수준의 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만원대 '작품'이 500만원짜리 선물세트로 둔갑
A백화점은 올해 추석선물세트의 테마를 '신뢰'와 '명품'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선물세트에 추천자의 사진과 이름을 새기는 실명제를 도입했다. 무형문화재나 명인 등 자타가 공인하는 장인들이 직접 만든 작품에 제품을 담아 백화점 추석선물의 거품가격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것.
500만원짜리 한과세트인 '담양한과 예인'이 대표적인 선물세트다. 이 세트는 무형문화재 29호 화각장 한춘섭씨가 만든 화각함에 전통한과를 담았다. 가로 38cm,세로 26cm,높이 25.5cm 크기의 예물함에 한과를 4단으로 넣은 것. 롯데닷컴에서 올 추석선물로 내놓은 담양한과의 최고가인 20만원보다 무려 25배 높은 가격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한춘섭 선생의 작품 중엔 1000만원을 넘는 걸작들이 수두룩 하다"며 "예물함 가격만 따져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한씨가 경복궁 소장품을 재현해 현재 경복궁에 보관돼 있는 '화각서수문함' 등은 10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번에 A백화점이 준비한 '담양한과 예인'에 사용된 예물함은 200만원대에 주문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2004년 추석선물세트를 만들기 위해 주문했던 작품을 3년 지난 올 추석선물세트에 사용한 것. 주요 백화점에 추석선물세트를 납품하고 있는 김모씨는 "백화점 이미지 때문에 한 두개씩 매년 테마를 바꿔 고가제품을 바이어들이 주문하면 이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다"며 "워낙 비싸고 재고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고 귀띔했다.
◆특급호텔 참조기는 '금(金)조기'
특급호텔들도 추석선물세트 거품 경쟁에 나섰다. 서울시내 최고급으로 꼽히는 B호텔은 '추자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조기를 서해 천일염으로 섭장한 최고의 영양식'이라며 명품 알배기 굴비(특호,마리당 길이 30~34cm)를 250만원에 내놨지만,영광 수협은 이 호텔과 동일한 산지에서 잡힌 알배기 특호를 100만원 안팎에 팔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호텔들은 전문 도매상을 끼고 선물세트를 만드는 데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텔이 판매 중인 한우선물 세트는 거품이 훨씬 더 크다. C호텔이 선보인 '한우스테이크 & 송이피클 세트'는 등급이 최상급보다 한단계 아래인 '1+'인데도 3kg에 송이피클 250g을 곁들여 45만원을 받고 있다. 농협유통에서 '1++'등급이 100g당 9000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거품'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다. 강남 C호텔이 70만원에 내놓은 '명품꽃등심 세트' 4kg(1+)은 품질이 더 좋은 '1++' 등급의 대형마트 판매가(약 36만원)보다 배 가까이 비싸다.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와인 역시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D호텔은 일본에서 9만2400엔(74만7700원,와인전문점 기준)에 팔리고 있는 샤토마고 1989년산을 310만원에 내놨다. 이에 대해 호텔 관계자는 "일반 소매점에선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선물로 구성했기 때문에 고가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민/박동휘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