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홈플러스의 지휘봉을 잡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해봤습니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은 6일 잠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백화점을 연상케 하는 '3세대 할인점'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는 질문에 느닷없이 이순신 장군의 '필승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치른 스물세번의 전투에서 전승을 거둔 비결은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했기 때문"이라며 "3세대 할인점을 내놓은 건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이 버티고 있는 잠실 상권에 대해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창고형 대형마트(1세대)나 문화센터 등 각종 생활 서비스를 유치한 대형마트(2세대)와는 전혀 다른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아티언스(artience)'라는 컨셉트로 '문화를 향유하는 감성스토어'를 '3세대 할인점'이라고 정의했다.

지난 주말 문을 연 홈플러스 잠실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대형마트와 차별화된다.

우선 기존 점포와 달리 매장 1층 전체를 가전제품으로 깔았다.

핵심 매장인 1층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전제품 매장을 전면 배치하는 건 전례없는 일이다.

이 사장은 "잠실 일대는 재건축을 통해 수만가구가 들어서는 신도시급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데도 인근에 대형 전자점이 없다는 데 착안했다"고 말했다.

업계 처음으로 지상 8~10층 3개층을 80타석에 비거리 150야드의 실외 골프연습장과 사우나를 갖춘 헬스센터로 꾸민 것도 철저한 '지형 분석'의 결과다.

지상 4층의 와인 바도 경쟁업체들의 허를 찌르는 선택이었다.

매장에서 와인을 사서 이곳에 와서 와인을 먹을 수 있도록 100석 규모의 와인 바를 꾸몄다.

'드라이브 인' 개념에서 따온 '전화주문 피킹'(picking) 서비스,MP3 다운로드 서비스 등에도 이 사장의 '젊은 감각'이 묻어 있다.

이 사장은 "잠실점과 같은 창의적인 컨셉트의 3세대 대형마트 출점을 강화해 업계 선두로 도약할 것"이라며 "2011년까지 14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테스코가 이랜드 계열 뉴코아 강남점 인수를 통해 백화점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계약 관계와 거래가 아주 복잡해 인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홈플러스를 100개 이상 출점한 뒤 다른 유통업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은퇴 시점에 대해선 "삼성에 근무한 지 40년이 되는 2010년에 회장으로 물러날 계획"이라며 "업계 1위를 위해 숫자(매출규모)보다는 문화(조직시스템)를 남긴 전문경영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