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발칸의 변신] (4) 양대륙에 걸친 물류 경쟁‥'서유럽~흑해~중앙亞' 3각 교두보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2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흑해경제협력기구(BSEC)정상회담에 참석해 "발칸반도와 흑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부활시키겠다"며 "이 지역은 항상 러시아의 특별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던 지역으로 우리는 이곳 물류거점 확보에 특히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BSEC는 흑해와 발칸 지역에 있는 터키,루마니아,불가리아,세르비아,아제르바이잔,우크라이나,그루지야 등 12개국이 구성한 경제 협력체다.

이에 앞서 연초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불가리아를 방문,일본의 지원으로 흑해연안에 컨테이너 항만 두 곳을 건설키로 합의했다.

일본은 개발차관 형식으로 1억8000만유로를 지원키로 했다.

한국은 아드리아해 쪽에 관심이 높다.

최근 대한통운 국민은행 산업은행이 함께 리예카항에 물류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상담에 들어갔다.

또 포스코 대우로지스틱스 대우인터내셔널도 철강자재 물류기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전쟁의 바다,유혈의 땅으로 기억되어 오던 흑해와 발칸반도가 유라시아의 관문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EU(유럽연합)의 동진정책과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의 에너지경제부흥이 맞물리면서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진 발칸반도가 글로벌 물류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오그니얀 민체프 소피아대학 정치경제학 교수)

이런 상황에 고무된 발칸국가들은 항만과 고속도로 등 물류거점 건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는 흑해연안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아드리아해연안의 크로아티아,내륙의 세르비아,지중해의 그리스가 저마다 '발칸의 네덜란드'가 되기 위해 뛰고 있는 양상이다.

루마니아는 장기적으로 흑해경제권이 형성될 것에 대비해서 흑해와 서유럽을 연결하는 길목을 지키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 나라는 동쪽으로 흑해에 접하고 서쪽으로 중앙유럽(헝가리)과 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흑해의 콘스탄차항구에서 헝가리 국경까지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함께 항공노선 개발도 적극적이다. 루마니아에서 1989년 차우셰스쿠 독재 반대 시위가 처음 일어났던 티미쇼아라 시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뮌헨 슈투트가르트와 직항으로 연결되는 항공 노선을 개설, 발칸의 항공 허브를 노린다. 유럽의 10여개 수도가 모두 500km 안에 있다.

이와 함께 흑해에서 중앙유럽과 북해까지 통하는 다뉴브강(길이 2850km,독일·오스트리아·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세르비아·불가리아·루마니아·우크라이나 등을 지난다. 빈·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등 여러 나라 수도가 본류 연안에 위치한다) 수운(水運)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국제컨소시엄을 제안할 계획이다.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 연안에 남부유럽 물류거점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등 극동의 상품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거쳐서 서유럽에 가는 것보다 스웨즈운하에서 아드리아해의 리예카(크로아티아의 서해안 핵심 항만)를 거쳐서 가면 1주일 가까이 절약될 것입니다."(조란 호르바트 크로아티아 투자유치청 차장)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와 면한 아드리아해 연안을 국제물류거점으로 개발하는 데 열심이다. 이 나라는 리예카항 인근에 13개의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는 등 배후연관산업 조성에도 나섰다.

발칸의 한가운데 위치한 세르비아는 내륙물류거점을 노린다. 동쪽으로 루마니아 불가리아, 남으로 마케도니아 그리스 터키,서쪽으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알바니아, 북으론 헝가리와 바로 접하거나 연결되는 요충에 위치해 있는 입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려는 것. 이 나라는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한 핸디캡을 만회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와 FTA(자유무역협정)를 맺고 SEEFTA(구유고연방 중심의 비EU회원국들 간의 남동유럽자유무역협정)를 주도하는 등 물류거점의 입지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소피아·자그레브·부쿠레슈티·베오그라드=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