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일본 종합금융회사인 오릭스사가 보유하던 대한생명 지분 17%를 주당 5430원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의 단일 최대주주(51%)로 올라서게 됐다. 또 오릭스는 38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한화 등 한화그룹 6개사는 4일 각 사별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한화건설이 오릭스 지분 1억2070만주(지분율 17%)를 주당 5430원에 전량 인수키로 결정했다. 인수금액은 약 6554억원이다.

이로써 한화건설은 기존 대한생명 보유지분 6.6%를 포함해 총 23.6%를 보유하게 됐다. 대한생명 지분은 현재 한화건설과 함께 ㈜한화(26.3%) 한화석유화학(1.0%) 한화종합화학(0.06%) 한화증권(0.04%)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오릭스가 보유하던 대한생명 지분 인수를 완료하면 한화 계열 5개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생명 지분은 34%에서 51%로 뛰어올라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나머지 49%의 지분은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다.

한화그룹과 오릭스는 그동안 인수가격 산정을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절차를 밟아왔으나 이번 지분 인수 합의로 중재 절차도 곧 종료하게 된다.

한화 관계자는 "계열사 중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화건설이 콜옵션을 행사해 오릭스 보유 지분을 적정한 가격에 인수하게 됐다"며 "향후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을 높이는 한편 대한생명에 대한 경영권도 공공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건설 이외에 오릭스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계열사들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화건설이 지분을 전량 인수할 수 있도록 이사회 결의를 통해 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계열사 가운데 대한생명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가 추가로 오릭스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보유 계열사 지분이 총자산의 50%를 초과하게 돼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오릭스 지분 매입주체로 한화건설이 나서게 돼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당분간 수그러들 전망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건설이 오릭스 지분을 매입하게 된 것은 계열사별 자금사정 등을 검토한 끝에 내려진 결정이며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현 단계에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준비 중인 부분은 없으며 이를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는 예금보험공사와의 국제 중재가 마무리되면,예보 보유 지분 중 16%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방침이다. 한화 측이 예보의 지분을 인수하면 대한생명에 대한 그룹 지분율은 총 67%가 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