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뱅앤올룹슨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를 오가는 고가품이지만 전 세계 오디오 마니아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그러나 이 회사의 최대 자산은 기술이 아니라 '오디오 이상의 가치를 발명하는 실험적 디자인'이다.

삼성전자의 가로본능 시리즈,지상파 DMB폰,위성 DMB폰 등도 디자인 중심의 제품 개발로 히트상품이 됐다. 이젠 제품보다 디자인 컨셉트를 우선시하고 디자인 아이디어에 기술개발을 맞추는 방식의 선행 디자인 시스템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디자인+마케팅'(이장우ㆍ김보영 지음,21세기북스)은 바로 이 같은 트렌드의 접점에서 탄생한 신개념 마케팅 지침서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이장우씨는 이메이션코리아 대표 겸 이메이션 아시아태평양 소비재부문 부회장이고,김보영씨는 디자인 마케팅을 전공한 연구원이다. 이들은 생생한 현장 경험과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마케팅의 미래는 디자인"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예전에는 히트상품이 4P전략(상품:Product,가격:Price,유통:Place,판촉:Promotion)으로 결정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애플 아이팟(iPod)이나 모토로라 레이저(RAZR),BMW 미니(Mini)의 성공은 4P전략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고객이 구매한 것은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이 아니라 독창적인 디자인과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아이팟은 비슷한 경쟁상품이 넘치는 시장에서 사용환경까지 디자인된 이미지를 앞세웠고,레이저는 모두들 카메라 화소 경쟁을 할 때 디자인을 위해 기능을 과감히 포기했다. 미니는 소형차를 선호하지 않는 미국 시장에서 기능보다 깜찍한 디자인의 유러피언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다.

이 책은 마케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부터 우리 주변의 디자인 조류,디자인과 마케팅의 접목에서 나오는 변화,디자인마케팅의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월드베스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디자인 발상법,미래 시장을 예측하는 디자인 트렌드 읽기,스토리텔링으로 제품과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방법도 제시한다.

5부의 '디자인마케팅 시스템 구축 방법'에 8가지 핵심 비법이 담겨 있다. 새로운 파괴혁신을 이끌 따뜻한 리더십부터 창조적인 인재와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기업문화,디자인이라는 감각적인 업무 진행을 위한 감성,일회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와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디자인 인식,디자이너 및 디자인 회사와 성공적으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법,위험을 최소화하고 실패를 막는 방법,디자인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노하우까지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제품과 조직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도 디자인 마케팅의 '다빈치 같은 감각'을 익히고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248쪽,올컬러,2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