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금감위와 상장규정 개정 대비"

수년째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있는 화의나 법정관리 등 기업회생절차 신청 기업의 즉시퇴출제도가 법원 판결로 인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법원이 국제상사와 증권선물거래소 간의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기업회생절차 시행으로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의 주식거래를 재개하라는 결정과 함께 이를 강제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제상사가 제기한 '상장폐지 및 주식거래 중지 무효' 소송의 1심과 2심에서 법원이 국제상사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대법원 판결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국제상사의 주식거래를 재개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
거래소가 이에 불응하자 법원은 한 주주가 요청한 '간접강제' 신청까지 인용해 거래를 즉시 재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주주에게 매일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거래소는 이런 법원판결에 따라 2005년 3월 법정관리를 사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던 국제상사[000680]의 주식거래를 2년5개월여 만인 내달 3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과거에도 법원이 상장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만으로 상장폐지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업이 낸 상장폐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 적이 있으나 주식거래 재개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인 적은 없었다.

법원이 이미 1심과 2심에서 두 차례 상장폐지 무효 판정을 내린 데 이어 상고심 판결 전 주식거래 재개를 강제한 것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해서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업들의 입장을 수용하려는 법원의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법원의 상고심 본안 판결에서도 화의나 법정관리로 인한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무효 판정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거래소는 기업회생절차 신청 기업들의 상장을 유지하는 쪽으로 관련 상장 규정의 손질이 불가피해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법원이 증권거래법에서 위임된 거래소의 상장 규정이 화의나 법정관리를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상 상장사의 권리를 현저히 제약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릴 공산이 크기 때문에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조해 상장 규정 개정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상사에 대한 상장폐지 무효 판결이 내려지면 충남방적[001380], 동해펄프[009580], 현대아이티[048410], 나리지*온[036850] 등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이 다른 상장사들도 구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12월 상장 규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기업회생절차 신청 기업의 즉시퇴출제도는 이에 반발하는 해당 기업이나 주주들과 거래소 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 속에 수년째 찬반 논란이 지속돼 왔다.

해당 기업이나 주주들은 파산을 피해 회생을 도모하려는 기업을 상장폐지시키는 것은 과도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파산 가능성을 높이는 등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화의나 법정관리가 법적으로는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절차일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부도와 마찬가지로 투자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데다 선의의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신속한 퇴출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런 가운데 앞서 삼보컴퓨터, 텔슨정보통신, 지누스 등 상당수의 기업들이 화의나 법정관리 신청으로 퇴출 선고를 받은 뒤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본안 판결이 나기 전 자본잠식 등 다른 퇴출사유가 발생해 상장폐지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