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물량과 상관없이 잔업 보장,해외공장 물량 국내로 이전,신차 생산 시 노조와 합의…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사측에 제시한 요구안이다.

사측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음으로써 이를 파업의 명분을 쌓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생산 물량이 감소해도 잔업까지 보장하라'는 임단협 별도 요구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조는 '회사는 통상적인 근무형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시급제(생산직 대부분 포함)의 경우 주야 각각 잔업근무(2시간)를 기본 운영으로 한다'는 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생산 물량이 부족해도 주야 잔업을 보장하라는 요구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조 요구안은 판매 부진으로 생산 물량이 감소해도 잔업 2시간을 포함,주·야간 10시간씩의 정상 임금을 달라는 주장"이라며 "일을 하지 않고도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황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요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생산라인별 물량 이관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현대차는 노조의 합의를 얻지 못하면 생산라인별 물량 이동을 할수가 없다.

이 때문에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주말 특근을 해도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등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에 반해 베르나와 클릭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은 일감이 없어 조합원들이 잔업을 못하고 있다.

회사는 생산라인별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아산공장의 쏘나타 일부 물량을 울산 1공장으로 이관하려 하지만 노조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노조는 또 해외공장으로의 차종 이관 및 동일 차종 생산으로 인해 국내 공장 물량이 감소될 경우 국내 공장의 통상적 노동시간 보장을 위해 해외 공장의 물량을 국내 공장으로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도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60.6%) 중국(22.5%) 등은 관세장벽이 높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지 않은 국가의 경우 설령 국내에서 생산한다 하더라도 차량을 수출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도요타,혼다,GM 등 글로벌 업체들은 전체 물량의 50~60%를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는 해외 공장 건설과 물량 이전 등에 반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높은 해외 공장이 국내 공장의 근로자들까지 먹여살릴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종이나 엔진,변속기 등을 개발할 경우 이를 노조에 알리고 생산할 공장과 생산량을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신차 생산량까지 노조와 협의하라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경영 개입 시도로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가 10차례의 노사 본교섭을 가진 뒤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그간의 교섭도 결국 파업 수순을 밟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차례의 교섭은 130개 항목에 달하는 단협 개정안과 별도 요구안에 대해 노사가 의견을 나누고 합의점을 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대차 사측의 설명이다.

울산=하인식/유승호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