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의사한테 경고까지 받았죠.제가 몸담았던 카드,보험이 얼마나 험합니까. 술로 잡을 수밖에 없죠.오죽 마셨으면 신문에 기사까지 났다니까요."

구자홍 동양투신운용 부회장을 얘기하면서 술을 빼놓을 순 없다.

경제기획원 시절부터 술을 즐겼지만 본격적으로(?) 마신 건 1995년 동양카드 사장 시절부터다.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전국 지점과 영업소 265개를 훑기 시작했다.

그는 3개월 동안 모든 지점과 영업소를 빼놓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임직원을 상대로 술잔을 주고받았다.

광주영업소에서 150여명과 술잔을 기울이고 난 후 병원에 실려간 건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화다.

구 부회장은 동양카드,동양생명을 맡고 있을 때,'1 대 3'으로 술잔을 돌렸다고 한다.

그가 한 잔을 받으면 세 잔을 주는 식이다.

구 부회장의 유일한 '생존 비법'이었다.

동양생명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광화문 인근 음식점에서 전국 지점장과 부장 이상급 간부들을 모아 대규모 회식을 열었다.

구 부회장이 100여명과 '1 대 3'으로 '맞짱'을 떴다.

그렇게 술과 늘 함께하는 CEO의 길을 가던 어느 날 구 부회장은 친구한테 전화를 받았다.

"술을 얼마나 마셨기에,모 신문에 기사까지 나오냐는 거였지.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신문에 소주를 3000잔 마셨다는 기사가 나왔다는 거예요. 기가 막혀서 신문을 봤더니 정말 있더라고.'1 대 3'으로 동양생명 전 임직원 1000여명을 상대했는데,세 번 정도 돌았으니까 3000잔을 마셨다는 거지."

이후 구 부회장은 고생도 많이 했다.

직원들을 보듬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니 몸에 탈이 난 것.병원 신세를 지고 두 달에 한 번씩 피도 뽑았다.

구 부회장은 몇 년 전에야 건강을 다시 회복했다.

"지금은 병원 신세를 면했죠.그래도 회식이나 특별한 날에는 몇 잔씩 합니다.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 말이죠."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