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느냐 못사느냐,이기느냐 지느냐 등 국가의 모든 문제는 알고보면 경제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경제 문제를 너무 도외시했습니다."

최근 '경제로 본 한국역사'란 역사서적을 펴낸 곽상경 고려대 명예교수(계량경제학·70)는 29일 "경제가 우리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이 책은 조선시대부터 참여정부까지의 역사적 흐름을 경제적 관점에서 써내려갔다.

"우리의 역사 해석은 대부분 정치와 투쟁,반항,사건,인물중심입니다.

역사학자들도 반(反)경제 성향이 강해 경제활동을 서민과 노동자의 희생이란 시각으로 바라보고,착취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경제발전도 없었고 경제정책도,자주국방도,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정치다운 정치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조선시대 지도자들이 너무 학문중심적이고 중국 고전에만 몰두했지 국민의 삶과 국가의 경제 발전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는 것.조선이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을 겪은 것도 알고보면 경제 빈곤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곽 교수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리더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이 전 대통령은 사회주의가 확산될 때 공산주의를 막고 자유시장경제를 지켜냈으며,박 전 대통령은 경제제일주의로 한국 경제를 일으켜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이상적 통일론에 집착해 좌우대립구조를 만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수준미달로 나라를 사분오열 갈라놓고 우방 및 동맹을 균열시킨 과오와 실책은 역사를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

경제를 만들고 개혁에 실패하면서 정치(正治)가 아니라 오치(誤治)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제는 마인드 문제인데,정부가 이념과 정치에 치우치면 경제현안을 왜곡되게 풀어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정치인들의 실정(失政)이 우리 경제를 다시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외환위기 때와 양상이 다를 뿐이란 것."가까이 있는 중국이 단순히 세계의 공장쯤으로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우리보다 연구수준이 높고,기술력도 우리를 앞서가는 분야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연구개발 투자도 부족하고 대학가 주변에는 유흥시설이 가득하지요.

가계부채도 600조원이나 되지만 씀씀이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위기의식을 감지한 곽 교수는 요즘 '이대로 가면 위기가 온다'란 주제로 또 다른 책을 집필 중이다.

곽 교수의 젊은 시절 꿈은 역사학자였다.

그러나 6·25전쟁이 가져다준 생활고가 그를 경제학자로 만들었고,2002년 현직에서 은퇴하고 나서야 다시 역사학에 대한 갈증을 적시고 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00여권의 역사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