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강경파 중용…난국 돌파

마치무라 신사참배 옹호론자…한ㆍ일관계 변화 힘들듯

'7·29 참의원 선거 참패'로 비틀거리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재기를 위한 당·정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인사를 통해 참의원 선거 참패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것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에게 등돌린 민심이 당·정의 얼굴 바꾸기만으로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건 아소 다로 외상을 자민당 내 2인자 자리인 간사장에 임명한 것.참의원 선거 패배 이후 사분오열된 자민당을 추슬러 난국을 돌파할 적임자로 아베 총리가 아소 외상을 낙점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후계를 염두에 둔 아베 총리의 '선거용 포석'이란 분석이다.

선거 참패로 상원 격인 참의원이 여소야대로 바뀜에 따라 자민당의 국정 운영은 앞으로 벽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그 경우 자민당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을 치러 국민들의 신임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비상 정국에 대비해 자민당의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게 아소 신임 간사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다.

만약 중의원 해산 및 총선 때 아베 총리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설 땐 아소 간사장이 '징검다리 총리'로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2인자인 아소 간사장은 총선용 총리 1순위 자리를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아소 간사장이 침몰하는 자민당을 구해낼 만큼 당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당내 기반이 약해 자민당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가 이끌고 있는 아소파는 소속 의원이 16명뿐인 소수파다.

그의 역량에 따라선 자칫 차기 총리가 아니라 기울고 있는 아베 총리와 운명을 같이할 수도 있다.

내각은 비교적 관록 있는 정책통들로 채워졌다.

자민당 내 대표적인 경제정책 전문가로 분류되는 요사노 가오루 전 경제재정상이 관방 장관에 발탁됐다.

그는 고이즈미 정권 당시 자민당 정조회장과 경제재정 담당상을 맡아 우정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폭넓은 분야에서 정책 능력을 발휘했다.

관방 장관은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한다.

아소 간사장의 임명으로 공석이 된 외상엔 마치무라 노부타카 전 외상이 기용됐다.

아베 총리가 속한 마치무라파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적극 옹호한 강경 보수파다.

때문에 일본의 대(對)북한 정책이나 한·일 관계 등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