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오리털 점퍼를 팔지 않는 여름에 보도자료가 나온 게 다행이죠 뭐."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쇼핑 등 5개 유통·수입업체가 오리털 점퍼에 들어가는 오리솜털 함유율을 잘못 표시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가 시정명령 사실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자 언론은 '오리털 점퍼 입어도 춥다 했더니…' 등으로 보도하며 대형 유통업체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오리털 점퍼는 2005년 12월 소비자보호원(현 소비자원)으로부터 솜털 함량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받은 뒤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전부 폐기 환송하는 등 이미 스스로 바로잡은 사안"이라며 "1년 반이 지났는데 공정위가 갑자기 시정명령을 내리고 보도자료까지 내는 바람에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씁쓸해 했다.

시정명령의 근거가 된 표시광고법에서는 허위 과장 광고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행위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업체가 이미 자진해서 시정했을 경우 공정위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가 해당 광고 행위를 중단했더라도 재발을 막고 다른 업체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표시광고법의 최종 목표는 '소비자 보호'인 만큼 소비자원의 적발에 따라 업체가 스스로 바로잡아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면 공정위가 굳이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오리털 점퍼 수입판매업체의 한 관계자는 "만약 소비자원의 지적에 따르지 않고 버티는 업체가 있다면 그 때 가서 공정위가 엄하게 다스리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쇼핑 신세계 등이 오리털 점퍼의 솜털 함량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판매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공정위가 소속기관인 소비자원의 지적으로 업체가 자진 시정한 사안을 1년 반이나 지난 지금 다시 꺼내들어 난도질을 가하는 태도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정위가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기업 흠집내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난은 이래서 나오는 모양이다.

차기현 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