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임금 및 복리후생 정책이 여전히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넘쳐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예 퇴직자에게 퇴직 후 3년간 건강 검진과 경·조사비 지원을 약속하는가 하면 연봉제를 확대 실시하면서 휴일근무수당 초과근로수당 등을 기본 수당에 합산하려다 사외 이사들에게 제지당한 기업도 있었다.

한 대형 공기업은 사장 추천위 민간위원을 회사가 추천하는 인사로 채워 지배 구조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사실은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포털 사이트인 '공공기관 알리오 시스템(www.alio.go.kr)'에 공개된 각 공공기관 이사회 의사록을 통해 27일 확인됐다.

◆연봉제 '눈 가리고 아웅하려다' 걸리기도

알리오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지난 1월18일 열린 1차 이사회에서 명예 퇴직자에게 3년간 건강 검진과 경·조사비 등의 혜택을 재직시와 같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이사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마사회 관계자는 "인사 적체가 심한 상황이어서 명예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별다른 효과 없이 두 명만 명예 퇴직했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기금 대여 예산으로 콘도 회원권 57개를 구입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는 사실을 지난 6월20일 이사회에 보고했다.

인천항만공사는 6월24일 항만위원회에서 연봉제 확대 시행 방침의 일환으로 초과근무 수당과 휴일근무 수당을 일률적으로 기본 연봉에 합산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보류당했다.

◆사장추천위 있으나 마나

일부 공공기관들은 지배 구조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한국전력은 신임 사장을 선임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지난 1월19일(금요일)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사장추천위의 민간위원 7명(비상임 이사 8명은 별도)이 모두 한전 측에서 제시한 인물로 채워졌다.

이 과정에서 비상임 이사들은 "비상임 이사들이 추천하는 사람도 후보 명단에 넣자"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당시 주총 개최 등 관련 일정이 촉박해 사장추천위 구성을 서두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대한주택보증은 지난 6월25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으나 공공기관 경영을 평가하는 위원을 추천위원으로 선정했다.

당시 회사 측 관계자는 "평가(경영평가)를 올해도 잘 받고 내년에도 잘 받아야 하니까 OOO로 하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