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연예인들이 홈쇼핑에 브랜드를 런칭해 대박을 터트린 케이스는 많다. 변정수의 ‘엘라 호야’, 이혜영의 ‘미싱 도로시’, 황신혜의 ‘엘리 프리’, 이승연의 ‘어바웃 엘’, 김영애의 ‘황토솔림욕’ 등은 홈쇼핑을 통해 이름을 알렸지만 이미 자체 브랜드로서도 입지를 굳힌 케이스다.

“예쁜 속옷은 이미 많이 나와 있어요. 그러니까, 예쁜 건 기본이죠. 여기에 한국 여성들이 원하는 체형 보정 기능과 소재의 고급스러움 등을 완벽하게 구현할 필요가 있었죠. 수많은 리서치 과정을 거치고 직접 사용해 본 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 한국 여성들이 원하는 속옷에 가장 근접한 제품을 완성했다고 자신합니다.”

지난해 섹시 트레이닝 웨어 ‘어로즈’를 런칭하며 사업가로서 입지를 굳힌 모델 이소라가 현영(30)에게 속옷 브랜드 사업을 제안해 왔을 때 ‘내가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보다 ‘내가 제대로 된 제품을 잘 만들 수 있을까?’를 먼저 고려했단다.

이소라가 도와준다면 회사 운영이나 사업 구상에 따른 문제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런칭한다는 게 그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래서 제안을 받자마자 영화 촬영을 끝으로 고정 프로그램 출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 준비에 투자했다고 한다. 물론 고정 프로그램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디자인, 제품의 만족도까지 일일이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 모양만 예쁜 속옷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특히 홈쇼핑을 유통망으로 선택했다면 ‘반품’이라는 고객들의 무시무시한 평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고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므로 제품력이 좋지 않을 경우 브라운관에 보이는 디자인만 보고 덥석 주문했다가 냉정하게 반품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모델 이소라가 사업 권유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매진을 기록하다가 며칠 뒤부터 쏟아지는 반품 때문에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되면 사업 자체로도 실패지만 연예인으로서, 고객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과 다름없으니 자신의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거죠. 고객이 직접 사용해 보았을 때 최소한 화면에서 보이는 것 이상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6월 16일 롯데홈쇼핑을 통해 첫 방송이 나갈 예정인데 그 이후 오프라인 매장도 계획하고 있어요. 방송을 통해 소문이 나는 것도 좋지만 고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고객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라고 보는 게 좋을 거예요.”

디자인과 제조는 세계 유명 속옷 브랜드의 제품 개발과 생산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대행하는 중국의 YISELLE에 맡겼다. 속옷 디자인으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이너의 브랜드라는 점 외에도 빅토리아 시크릿, 알마니, 트라이엄프 등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속옷 브랜드의 디자인을 맡고 있어 신뢰가 갔다. 게다가 동양계 업체인 만큼 한국인의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기에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다행히 디자이너 출신인 현영의 언니가 틈틈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우아하고 귀여운 스타일로 승부

비바첼라(vivacella)는 비바체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다. 비바체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신데렐라처럼 우아한 분위기의 속옷, 현영이 추구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대입한 것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비호감 연예인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신데렐라 같은 그녀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현영이 좋아하는 레이스와 리본을 많이 써 여성성을 강조하되 디자인만 중시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레이스 속옷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귀엽고 섹시한 이미지의 ‘시티 엔젤’, 우아하고 섹시한 분위기의 ‘로맨틱 드림’,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섹시함을 표현하는 ‘섹시 허니’ 등 속옷 하나로도 이미지 스타일링에 성공할 수 있는 스타일별 아이템을 선보인 것도 특이하다.

“소재의 고급화에 중점을 뒀어요. 프랑스산 최고급 레이스와 리본, 시폰 소재를 사용했죠. 디자인에 중점을 두다 보면 특히 레이스나 리본 같은 소재는 몇 번만 빨아도 쉽게 모양이 변하거든요. 속옷은 자주 빨아 입는 옷인 만큼 실용성이 우선이에요. 한 번 팔고 말 게 아니니까 무엇보다 제대로 된 속옷을 만들어야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겠죠.”

준비 과정부터가 만만치 않았을 법한데 그녀의 말 속에는 조목조목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조언을 정리해 하나하나 꼼꼼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첫 방송을 코앞에 두고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 모두 조금은 긴장한 눈치이기도 하다. 예상 판매율을 묻자 조심스럽게 대답을 미룬다.

“처음 하는 사업에서 얼마만큼 팔릴 거라고 자신하는 건 너무 건방진 이야기잖아요.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많이 팔리면 좋고, 주변 분들이 워낙 많이 도와주셔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어쨌든 세상에 실패란 없는 것 같아요. 제 연예계 생활도 그러했고요. 연예인도 어떻게 보면 개인 사업인데 처음부터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조금씩 나의 진정성, 내면을 알리면서 좌절하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는 거죠.”

지난해 자신이 개발한 독특한 다이어트법 ‘래빗 핑거 다이어트’를 소개하는 비디오를 출시하며 자신의 몸매를 과시한 현영은 스스로를 보디 스타일리스트라고 말한다. 슈퍼 엘리트모델 출신답게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다이어트 비디오를 출시하면서도 직접 배운 태국식 셀프 마사지를 검증받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자세를 보정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수없이 거쳤다. 속옷의 몸매 보정 기능에 더없이 신경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예쁘고 완벽해 보이는 몸매의 소유자도 자신의 몸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게 마련이고, 그 콤플렉스를 커버해줄 수 있는 것이 속옷의 기능이다. 예쁘고 스타일리시한 옷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예쁜 옷도 몸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몸매를 탄력 있고 아름답게 가꾸는 노력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기본이며, 운동과 관리로 보정되지 않는 부분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속옷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2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남들이 보기엔 균형 잡힌 몸매이지만 현영에게도 콤플렉스는 있다.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이 그렇듯 키에 비해 가슴이 작다는 것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핸디캡이다.

“한국 여성들의 가슴은 작고 퍼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수술 등의 방법이 있긴 하지만 수술이라는 건 부작용과 그에 따른 거부감도 만만치 않아서 선뜻 마음먹기가 쉽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엔 평소 속옷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예쁜 속옷만 보면 사서 입어보곤 했죠. 예쁜 속옷은 일종의 자기만족이에요. 게다가 남들이 모르는 자신의 핸디캡을 속옷으로 보정할 수 있으니 여자들에겐 무척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도 속옷에 관심이 많아 예쁜 속옷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 즐거움에 자신의 경험을 반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없이 행복하게 한다. 즐겁지 않은 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행복이 그녀처럼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여성들에게 오래도록 전파되기를 기원해 본다.

- 한경비즈니스 6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