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또 파업수순을 밟고 있다고 한다. 지난 주말 10차 본교섭에서 사측의 일괄협상안 수용을 거부하고 협상결렬을 선언해 사실상 파업수순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를 고려해 파업만은 자제해 달라는 국민여론과 지역주민들의 호소를 무참히 짓밟고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할 따름이다.

특히 이번의 협상결렬선언은 회사 측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打破)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조기에 일괄타결안을 제시한 데다 그 내용 또한 기아차 GM대우차 등의 타결수준을 웃도는 것이어서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노조의 요구 내용은 무리하기 짝이 없다.

기본급 대비 8.9%(12만8805원) 임금인상과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토록 요구한 것을 비롯 △신차종 투입과 생산물량 노사합의 △국내물량 감소 때 해외물량 국내환원 △해외 현지공장의 완성차 및 부품 수입시 노사 합의 등의 조건까지 내걸고 있다.

신차종 투입이나 생산물량 조정은 누가 보더라도 회사 측이 시장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경영권을 침해하는 주장을 고집하며 파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으니 무슨 속셈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1987년 설립 이후 단 한 해만 빼고 연례적 파업을 되풀이해 온 현대차 노조가 또다시 습관성 파업에 나서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도 그런 연유다.

지금 세계자동차 시장은 노사가 한 몸이 돼 경쟁력 향상에 매진하더라도 살아남기 쉽지 않을 만큼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며 경쟁력 우위를 지켜나가고 있고,포드 GM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감내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돼 구태(舊態)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참으로 암담하다.

현대차노조는 이제라도 눈을 크게 뜨고 세계를 둘러봐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 여론에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피터 로랑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총장이 "적대적이고 과격한 노사관계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듯 한국의 강성노조는 세계적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