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충돌과 전복에 뒤이어 자동차가 커다란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차량이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스포츠 디젤이라면 이 같은 장면은 연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충돌 위험을 자동으로 감지해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APS(Automatic Protection Sequence)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충돌 위험이 포착되면 우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엔진과 연료시스템의 작동을 자동으로 중단시킨다.

이어 실내의 모든 조명이 켜지고 문의 잠김장치가 자동으로 해제돼 위급 상황에서 탈출 및 구조활동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야간에는 다른 운전자들도 이를 식별할 수 있도록 모든 실내등과 비상등을 켜는 위험경보 시스템(Hazard Warning System)이 작동한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들이 진일보한 안전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차량의 성능과 디자인 못지 않게 안전성에 대한 운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푸조의 전 차종에는 자동 헤드라이트 기능과 자동 와이퍼 기능이 기본으로 적용돼 있다.

자동 헤드라이트 기능은 외부 밝기에 따라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며 자동 와이퍼 기능은 비가 오는 양과 차의 속도에 따라 와이퍼의 운동 속도를 조절,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돕는다.

푸조 차량은 비가 올 때 후진기어를 넣으면 뒷유리 와이퍼도 자동으로 작동한다.

아우디 뉴 TT에는 도로 조건에 따라 서스펜션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댐핑 시스템'이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이 장치는 마그네틱 입자와 전류를 이용,도로 조건과 주행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해 운전자에게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지난달 출시된 볼보 S40에는 최고급 세단 S80에만 적용되던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이 추가됐다.

이 장치는 사이드 미러에 작은 카메라를 장착,양쪽 사각지대에 장애물이 감지될 경우 경고음을 울림으로써 차선 변경시 옆 차선으로 달려드는 차량과 충돌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관련 법규로 인해 국내 시판 차종에는 적용되지 않는 기술도 있다.

아우디의 차선변경 지원(Lane Assist) 기능은 졸음운전이나 부정확한 핸들링 등으로 인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차선 변경이 일어날 경우 스티어링휠이 진동을 일으킴으로써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해 준다.

인피니티 차량에는 차량의 진행 방향에 따라 헤드라이트를 움직여 야간 주행 시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보다 빨리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AF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 장치가 있지만 국내의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국내 시판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를 통해 다양한 안전장치가 소개됨으로써 국산차의 관련 기술도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법규의 개정에 따라 보다 수준 높은 기술이 도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