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판예금.금 투자 부각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최근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들의 재테크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국내에서는 당장 대량 펀드 환매 사태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한동안 펀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고금리 예금상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고 금과 같은 실물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고금리 예금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9일 출시한 특판예금인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은 5일 만에 8천300억원을 유치했다.

이 상품은 1년 만기의 경우 연 5.5%, 2년 만기는 연 5.6%, 3년 만기는 연 5.7%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계속된 증시 활황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예금에서 펀드로 갈아탔지만 최근에는 만기가 돌아온 예금의 돈을 찾지 않고 특판예금에 다시 예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연 5.8%의 금리를 주는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의 경우 하루 평균 300억원 가량 판매됐지만,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로 하락한 지난 16일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00억원어치가 팔렸다.

주가 급락 여파와 함께 국민은행이 이날부터 와인정기예금의 금리를 0.1%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와인정기예금의 현재 잔액은 1조8천402억원으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특판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관련 투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행 유유정 상품개발부 과장은 "평소에는 문의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 주가가 요동치면서 앞으로 금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 등 금 관련 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면서 "9월에는 결혼시즌 등을 맞아 금 관련 수요가 늘면서 금값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을 반영해 국채,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 등 운용대상을 지정하면 은행이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 특정금전신탁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은 65조3천380억원(한국은행 집계)으로 7월말보다 1조2천213억원이나 늘었다.

일부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은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과 같은 단기 시장성 상품에 돈을 유치하면서 저가 매수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우리은행 강남PB센터 박승안 팀장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증시의 방향성이 잡힐 때까지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도 "일부 고객은 MMF 등에 돈을 넣어두면서 투자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PB파이낸스센터 장경배 팀장은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이라면 협상을 통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1억원 미만이면 MMF에 예치한 뒤 주가 조정 상황을 봐가면서 분산 매입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