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질 19명이 언제 석방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지만 향후 협상은 방향가늠조차 쉽지 않다.

일각의 분석대로 탈레반이 2명을 풀어준 것이 장기전을 치르기 위해 '짐을 덜고 가는' 속셈이라면 남은 협상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아프간 전역에서 국제평화유지군과 교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납치 세력 내부에 협상파와 강경파가 혼재돼 있는 점도 전원 석방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탈레반은 "8명의 수감자가 풀려나야 나머지 인질들을 석방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탈레반이 요구조건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은 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죄수 석방을 거부하는 아프간 정부의 태도가 강경해 한국 정부가 운신할수 있는 폭은 매우 좁다.

정부 당국자는 다만 "탈레반이 함부로 남은 인질들을 해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탈레반이 재집권을 노리고 있으며,교묘한 언론플레이를 하며 보도 내용을 챙길 정도로 국제 여론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그 같은 판단의 근거다.

남은 인질 석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정부 당국자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정부는 피랍 한국인 전원의 석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종전처럼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은 2명 석방 결정을 수차례 연기했다.

납치한 것은 가즈니주 지역의 현장 무장세력인데 협상 지휘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지대에 은신한 탈레반 지도부가 하고 있어 의견 통일이 안 되고 조율에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납치를 주도한 압둘라 잔이 이끄는 지역 무장세력 내에도 강경파가 협상파가 혼재해 있다.

정부는 이들의 분열상황을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파의 목소리가 커질 때를 이용해 인질들의 조기 석방을 타진해볼 수 있다.

압둘라 잔은 사태 초기 '현실적인 보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후에도 독자적인 외신 인터뷰를 시도하다 지도부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아프간 전역에서 국제평화유지군과 탈레반의 교전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AP통신은 올 들어 아프간에서 3700명이 사망했고 대부분 탈레반이라고 보도했다.

이 점도 인질 석방 협상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