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 만에

강화 갯벌에

서본다

물결 가까이에서 날아올랐을

새의 발자국이 외롭게 찍혀

바다로 간다

다 지난 흔적을 물고 놓지 않는 갯벌!

붉은 석양이 그 발자국을 딛고 간다

이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신용목 '강화도,석양' 전문


갯벌에 석양이 내린다.

멀리서 툭 떨어지는 해를 삼키는 바다.

새들도 자취를 감췄다.

적막이 안개처럼 덮여온다.

갯벌에 찍힌 여린 발자국들도 곧 어둠에 쌓일 것이다.

저물무렵 갯벌은 무심하다.

정열과 혼란이 빠져나가고 평온만 남았다.

무수한 상처를 보듬어 안고도 한 점 출렁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슬픔을 슬픔이라고 말하라.절망은 절망일 뿐이다.

삶에서 거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갯벌은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