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단행된 장관급 인사에서는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제 관련 부처는 모조리 EPB 출신이 휩쓸었다.

윤대희 국무조정실장(행시 17회)을 비롯해 김대유 청와대 경제정책수석(18회),임상규 농림부장관 내정자(17회),유영환 정보통신부장관 내정자(21회) 등이 모두 EPB 출신이다.

이로써 현재 정부 내 장관(장관급 포함)직 40개 가운데 10자리가 기획원 출신들로 채워지게 됐다.

EPB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번 인사에서 장관이 된 4명 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8회)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15회)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16회)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17회)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17회) 등이 모두 EPB 출신이다.

전윤철 감사원장(4회)은 EPB의 대부로 여겨지고 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권 부총리와 함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14회)도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대표적 EPB 출신 관료다.

관가에 따르면 EPB 출신의 약진은 초임 관료 시절부터 예산ㆍ재정ㆍ기획업무를 하며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꼼꼼함을 두루 갖춘 점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EPB 출신들이 안방인 기획처에만 머무르지 않고 청와대를 비롯한 타 부처에 많이 파견돼 경험을 쌓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과천 정부청사의 한 관계자는 "사무관 시절부터 국가경제의 밑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거시적 안목에선 EPB 출신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복지 등 재정 분야에서 큰 그림을 그리길 좋아하는 참여정부 성격이 EPB 출신들의 도약에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EPB 출신의 약진과는 달리 과거 '모피아'로 불리며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재무부 출신의 퇴조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가에서는 경제부처의 EPB 쏠림 현상이 정책입안 과정에서 균형적 시각을 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