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문어발식 기업 조사'에 나서면서 정부 내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담합 단속과 소비자보호정책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원칙적인 법 적용에 주력하고 있는 까닭에 해당 업종을 규제·감독하고 있는 기관과 마찰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금융회사들의 불공정 행위 단속에 적극 나서면서 금융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금감위.원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또 통신 인터넷포털 케이블TV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물고 늘어져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방송위원회 등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석유화학업계의 자율적 인수합병(M&A) 건을 놓고는 산업자원부와 티격태격하고 있다.

공정위와 가장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금감위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 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과당 경쟁에 따른 금융회사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꾸준히 행정지도를 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공정위가 갑자기 "경쟁정책적 시각에서 한번 따져봐야겠다"며 금융회사들을 조사하고 나서자 금감위가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다른 경제부처에서도 "금융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전문성 있는 감독 당국에 맡기는 게 좋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공정위는 "각자 갈 길을 가자"며 부처 간 협조체제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나 통신위원회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통신요금,휴대전화 보조금 정책 등 주무부처의 영역에 끼어들며 사사건건 중복 규제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위상에 대한 범 경제부처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법체계에서 통신회사의 M&A만 하더라도 정통부 장관과 공정위원장이 협의한다는 조항만 담고 있어 사실상 협의가 잘 될 수 없다"며 "산업분야별로 공정위의 역할 범위를 조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