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김영익씨 등 자금운용위원 위촉 … 수익률 4.4% → 10% 목표

연세.고려대도 본격 채비 … 펀드매니저 채용도 검토


대학들이 공격적인 자금 운용에 나서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5월 사립대들의 투자제한 조치를 해제한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대학처럼 증권가의 큰 손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온다.

서강대는 7일 국내 투자 전문가들을 재정위원회 자금운용 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주식 및 파생 전문가인 하나투자증권 김영익 부사장,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홍성국 상무,채권 전문가인 아이투신운용 채권본부장 김형호 상무 등 3명이다.

그동안 서강대는 교수 중심으로 재정위원회를 꾸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3명의 민간 전문위원 위촉을 계기로 앞으로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서강대 측은 현재 연 4.4% 수준인 학교 자금 투자수익률을 올 하반기에는 연 7%,내년에는 연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투자수익률 10%는 지난해 미국 대학 기금 평균수익률(10.7%.미국대학경영자협회 자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주성영 서강대 재무팀장은 "우리 학교는 주식의 경우 주가연계증권(ELS)에만 투자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들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세대는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연세대 재정운영 관련 위원회는 교수들로 구성된 자금운용위원회와 외부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로 이뤄져 있다. 구재상 미래에셋 자산운용 대표,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연세대 재무처 및 자금운용위원회는 이미 학교 자금의 일부를 위험자산 운용에 쓸 수 있도록 정창영 총장으로부터 운용권을 위임받은 상태다.

손성규 연세대 재무처장은 "연세대의 경우 몇 년 전부터 해외펀드,인프라펀드,펀드랩 등 위험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도 시도할 예정이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도 공격적인 자금운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재무부 관계자는 "외부 인사를 자금운용 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은 없지만 교육부 규제가 사라지면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내부 인사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역시 발전기금재단 중심으로 펀드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자금을 굴리기 시작하면 미국처럼 증권,채권 시장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의 경우 지난해 259억달러(약 2390억원) 규모의 자금을 굴려 연 19.2%의 수익률을 기록했고,예일대도 152억달러(약 1402억원)의 자금으로 연 22.3%의 수익률을 올렸다. 서강대 자금운용 위원으로 위촉된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상무는 "미국 대학들은 투자수익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 이를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있다"면서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 대학들이 한층 더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