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OCN에서 7일 오전 7시35분에 만화영화 '아치와 씨팍'을 방영했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선입견을 확 깨준 영화 '아치와 씨팍'은 18세 관람가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조범진 감독은 무려 7년여의 제작기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어린이들을 위한 권선징악적, 교훈적이라는 장르적 편견을 버리고 욕설과 폭력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아치와 시팍'에는 류승범 임창정 현영 신해철 등이 목소리 출연을 해 더욱 볼만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캐릭터나 이야기 구성은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해 온 할리우드나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사뭇 다르다.

선남선녀가 독점해 온 주인공 자리는 '허접한' 삼류 인생들이 대신했고, 영웅도 메시지도 영화 밖으로 밀려났다.

주인공인 아치와 씨팍의 이름은 '양아치'와 욕설 '×팔'에서 따온 것이며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길거리 인생들의 이야기를 함께 즐기자는 모토가 영화 전반을 흐른다.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인간의 대변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 된 도시.

정부는 에너지원 축적을 위해 환각 성분의 '하드'를 부상으로 지급하며 배변을 장려한다.

이런 와중에 하드 부작용으로 배변 능력을 상실한 돌연변이 '보자기 갱'이 등장하고, 이들은 대변 생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도시에서 추방당한다.

한편, 도시에서는 부의 상징이 된 하드를 둘러싸고 약탈과 폭력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뒷골목에서는 하드 밀거래가 성행할 정도.

하드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보자기 갱들은 시도때도 없이 도시를 공격하고, 보자기 갱들에게 맞서 싸우던 정부는 급기야 사이보그 경찰 '게코'까지 투입하게 된다.

하드 밀거래업자인 아치(류승범 분)와 씨팍(임창정)은 이런 혼란 속에서 하드 확보가 쉽지 않아 형편이 말이 아니다.

어느 날 도시의 우범지역인 제4구역을 배회하던 중 우연히 배우 지망생 이쁜이(현영)를 만나게 되고, 씨팍은 이쁜이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후 이쁜이는 캐스팅 공고를 보고 찾아간 삼류 영화감독 사무실에서 '초특급' 배변능력을 갖게 되는 시술을 받는다.

그녀의 탁월한 배변능력이 알려지자 보자기 갱단 두목 '보자기 킹'(신해철)과 양아치들은 이쁜이를 표적으로 삼게 된다.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의 이 영화는 성에 대한 유머와 욕설 가득한 대사로 전편을 채웠다.

직접적인 섹스 장면은 없지만 캐릭터의 설정과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진한 성적 은유로 가득하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들이 대사로 흘러나오고 동성애자, 오럴ㆍ항문섹스 등 금기시된 성의 세계가 전면에 배치됐다.

영화의 최대 장점은 시종 좌중을 사로잡는 코미디와 리얼한 액션.

보자기 갱단 두목의 목소리를 연기한 신해철이 자신의 히트곡을 이용한 유머는 관객을 가장 많이 웃게 한다.

신해철을 포함, 아치 역의 류승범, 이쁜이 역의 현영 등 목소리 연기자들의 연기는 "정말 딱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