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에게는 늘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경영학이 오늘날처럼 학문적 체계를 갖추고 대중화하기까지 그의 공로가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드러커는 독일과 영국을 거쳐 미국에 정착했고 약 75년간 40여 권에 이르는 책과 숱한 논문,칼럼을 발표하며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펼쳤다.

드러커는 2005년 11월11일 9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피터 드러커,마지막 통찰'(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지음,이재규 옮김,명진출판)은 드러커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적 활동을 멈추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집필 배경은 흥미롭다.

드러커는 저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책을 써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책이 후세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길 원했다.

먼저 드러커는 21세기 경영 환경을 형성한 혁명적 변화를 진단했다.

그가 말하는 현 상황은 한마디로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인 레고 월드'다.

정보가 범람하고 고객이 권력을 잡고 회사를 통제하고 있으며 회사 안팎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경쟁사와 협력하기도 하고 협력사와 경쟁하기도 한다.

드러커는 더 이상 경쟁자들은 없으며 "여러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는 더 나은 해결책과 선택 방법들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고객이 기업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드러커의 확신은 아예 처음부터 그의 경영사상을 형성했다.

2004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마지막 사설에서도 '모든 것은 고객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한 발 나아가 이 책에서는 고객의 시각을 빌려 자신의 기업을 재정의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내라고 제안한다.

이것이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시각(outside-in perspective)'인데 이는 곧 '혁신과 폐기'로 연결된다.

혁신과 폐기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내일을 창조할 수 있다.

이 책은 고객,혁신과 폐기,협력과 오케스트라 조직,사람과 지식,의사결정 등 익히 알려진 드러커 사상의 핵심들을 우리에게 다시 되새길 기회를 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주제를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에 드러커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드러커는 단지 책 집필을 의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타계하기 전 16개월간 이 책을 위해 저자의 인터뷰에 응하고 토론을 벌였으니,이 책에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부은 셈이다.

드러커는 휴머니스트였다.

그는 "경영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개인이 행복해지려면 경제적 안정이 필요한데,기업이 이윤을 올리고 번영해야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경영학을 연구하는 최종 목표는 '행복한 삶의 실현'이었던 것이다.

2002년 미국 정부가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상인 '미국 자유 메달상'을 그에게 수여한 이유도 그래서다.

"지식근로자들은 과거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질문,즉 '나는 무엇에 공헌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영학을 통해 인류애를 실천한 피터 드러커.그의 모습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404쪽,1만9800원.

조영탁 휴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