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번지는 등 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펀드 등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호주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알트 에이(Alt-A)모기지' 취급회사도 위험에 처하는 등 서브프라임 파문이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처음 불거졌을 때 월가에서는 1차로 서브프라임 모기지회사가,2차로는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한 금융회사나 펀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3차로는 신용경색이 나타나면서 서브프라임과 아무 관련 없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5개월여가 지난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당장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어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펀드와 금융회사가 줄을 잇고 있다.

베어스턴스는 부실에 빠진 2개 헤지펀드에 대해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또다른 헤지펀드 1개도 손실을 입어 환매를 중단했다고 1일 밝혔다.

호주 맥쿼리 은행도 운용 중인 펀드인 맥쿼리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순자산가치가 7월에만 20~25% 감소했을 것이라고 이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독일의 IKB와 코메르츠 등 일부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공개했었다.

이 여파로 IKB의 최고경영자(CEO)가 경질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파문이 유럽을 거쳐 아시아 금융회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으로 유탄을 맞는 금융회사나 펀드가 언제,어느 나라에서 발생할지 몰라 시장참가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이날 뉴욕증시를 비롯 글로벌 증시가 크게 휘청거리면서 서브프라임이란 늪으로 함께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알트 에이 모기지까지 번지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는 이날 "새로운 자금을 더이상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산을 청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 내 20위의 알트 에이 모기지회사로 이날 4억5000만~5억달러 규모의 필요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알트 에이 모기지마저 급속히 부실화되고 있어 투자은행들이 대출을 꺼린 탓이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일부 알트 에이 모기지가 서브프라임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등급이 낮은 알트 에이 모기지는 등급이 양호한 서브프라임과 상환실적이 거의 비슷하다는 게 무디스의 설명이다.

그만큼 알트 에이 모기지도 부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월가에서는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야기된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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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알트 에이 모기지 ‥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신용도 한단계 높아

집을 살 때 돈을 빌리는 모기지의 한 종류.프라임 모기지보다는 신용도가 낮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이 주로 이용한다.

모기지 회사들은 모기지를 취급할 때 대출자의 소득과 신용 등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따진다.

이 중 신용은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보통은 신용정보회사의 신용점수를 받아보고 신용 상태를 판단한다.

신용점수는 크게 네 단계로 분류된다.

730점 이상(Excellent),700~730점(Fair),620~700점(Moderate),620점 이하(Bad credit) 등이다.

이 중 700점 이상인 사람에겐 보통 프라임 모기지가 주어진다.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반대로 650점이 안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대출금리가 비싸진다.

프라임과 서브프라임 중간에 있는 것이 바로 알트 에이 모기지다.

신용점수 650~700 수준이면 알트 에이 모기지를 받을 수 있다.

금리도 프라임과 서브프라임 중간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는 현재 연 8~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