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논란 거리로 남아 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중대한 전기가 마련됐다. 그간 '당사국 해결' 입장을 내세워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온 미국 하원이 30일(현지시간)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시인과 사과,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위안부 결의안(HR 121)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 의원(민주당)이 지난 1월 발의하고 하원 의원 435명 가운데 168명이 서명,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위안부 강제 동원을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사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로 하여금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 및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질 것 △위안부의 인신매매를 부정하는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교육을 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일본 총리가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토록 권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최대 우방인 미국 의회가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결의안은 하원에 제출된 지 네 번째 만에 통과됐다.

2001년과 2005년엔 각각 결의안이 제출됐으나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작년 6월엔 국제관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하원 회기가 종료돼 자동 폐기됐다.

올해 초 제출된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뒤 이날 만장일치로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역사를 왜곡,부인하고 희생자들을 탓하는 장난을 일삼는 일본 내 일부 인사들의 기도는 구역질 나는 일"이라고 비난함으로써 미 의회의 정서를 대변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1일 결의안 통과와 관련,"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정부가 취해 온 대응은 지난 4월 미국 방문 당시 설명했다. 결의안이 채택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중요한 것은 21세기를 인권 침해가 없는 밝은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결의안 채택에 따라 일본 정부가 군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놓고 공식 사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