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곤충에 의한 피해가 사상 처음으로 인정돼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해양수산부가 시행하고 있는 부산신항 개발사업 과정 중 준설토 투기 장소에서 대량 발생한 깔따구 등 유해 곤충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 및 영업 손실을 입은 주민들에게 해양부가 총 17억6396만원을 배상토록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정위는 이번 결정이 국내외적으로 유해 곤충에 의한 피해를 처음 인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17억원대 배상 금액은 단일 환경분쟁 조정 사건으로는 최다액의 배상 결정이다.

경남 진해시 웅동·웅천동 일대 9개 마을 주민과 상인 1357명은 2006년 6월 해양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1인당 배상 금액은 거주 기간과 위치,피해 정도,건물·선박·차량 피해,상가의 영업 손실을 모두 고려한 개인 사정에 따라 최대 800만원에 이른다.

조정위는 유해 곤충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2005년 5~11월까지 6개월간의 피해만 인정했다. 2005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는 해양부가 87억원어치의 곤충성장 억제제를 지속적으로 살포,유해 곤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적 피해 배상금은 하루 2000~8000원으로 소음으로 인한 평균 배상금(1330~6000원)보다 30%가량 높게 책정됐다.

청각만 자극하는 소음 피해에 비해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시각,촉각,청각,후각 등 동시다발적인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조정위에 따르면 부산 신항만공사 착공 후 바닥을 깊게 만들기 위해 퍼낸 흙(준설토)을 2003년 10월부터 웅동 투기장에 쌓았는데 준설토 속에 영양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는 데다 담수화된 투기장 주변 수온이 올라가면서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깔따구와 물가파리가 대량 발생했다.

특히 2005년 여름 깔따구와 물가파리떼가 수만 마리씩 떼를 지어 진해시 일대 마을을 새카맣게 물들였다. 주민들은 밤에도 곤충떼 때문에 불을 켤 수 없었다.

인근 횟집과 식당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조정위 측은 이번 배상 결정이 유해 곤충의 피해를 인정한 첫 사례로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개발 행위로 인한 동물과 곤충의 이상 번식 및 행동에 대한 책임을 개발자에게 묻고 피해 배상금을 산출하는 선례로 남게 됐다는 것.

1995년 광양제철소 조성시 발생한 모기떼가 여수시 인근 마을을 덮쳤을 때는 1억1800만원을 들여 방제 활동을 했을 뿐 피해 배상은 없었다.

일본에서도 1977년 도쿄 하네다공항 확장 사업과 관련,매립지에서 물가파리떼가 발생해 인근 주택가를 덮쳤지만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단의 나일강 유역 주민들은 깔따구 대량 발생으로 이주까지 했지만 배상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조정위 관계자는 "준설토 투기장에서 대량 발생한 유해 곤충이 불빛의 영향으로 인근 마을까지 날아와 주민들이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영업 손실을 입었음을 인정한다"며 "해양부는 주민들의 대책 마련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