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 23명을 붙잡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23일 협상 시한을 재차 연장한 것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수 있다.

그들이 인질을 해칠 의도가 있었다면 자신들이 내세운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즉시 행동에 옮겼을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한을 여러차례 연장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얻어가는 것 없이 인질을 무모하게 해치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는데 무게중심이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이다.

이탈리아 인질이 석방되는데 걸린 시간이 2주,프랑스인 인질 석방 협상은 39일이 걸린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과거사례가 이번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시간’을 활용한 고도의 심리적인 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한을 이용해 협상파트너를 압박함으로써 요구 조건의 관철을 앞당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정부 당국자는 시종일관 “협상 시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납치 단체측이 ‘협상 시한’을 협상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하지않고 언론을 통해 흘린다는 점에서 상대국 정부와 여론을 압박하기 위한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당국자는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의 입장발표는 무시하지 않고 참고하고 있으나 납치한 무장단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양한 관계,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고 말해 납치단체와 탈레반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보가 각기 달라 정확성이 떨어지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탈레반측의 얘기와 우리 정부당국자 설명간의 괴리감이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우리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측의 외신을 이용한 구체적인 설명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접촉은 게속 유지하고 있지만 협상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탈레반측이 협상이 잘안되고 있다는 얘기와는 거리감이 있다.

이 당국자는 “탈레반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이 외신을 통해 이런저런 다양한 요구조건을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측에 구체적으로 제시해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