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5분의1. 근로자수 절반 … 생산성은 한국의 10배

"한국의 광주공장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의 근로자들이 5분의 1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오히려 더 많은 차량을 만들어냅니다. 생산성이 10배가 넘는 셈이죠."



슬로바키아 질리나시 외곽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 8m 높이의 천장에 달린 채광창으로 따스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밝은 표정의 근로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라인을 타고 씨드와 스포티지가 차례차례 완성돼 나온다. 지난해 연말 씨드를 첫 생산한 데 이어 5월부터는 유럽시장용 스포티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는 씨드 왜건형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오는 11월에는 씨드 3도어 모델도 생산에 돌입한다.

반정욱 생산관리 담당 차장은 "짧은 시간에 여러 차종을 잇달아 투입했는데도 품질과 생산성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열심히 따라와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장이었다면 새 차종을 라인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물량 조정과 인력 배치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이 있었을 법도 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120대의 카메라를 통해 공장 내외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KMS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근로자들의 동의 속에 이루어졌다. 김종환 생산관리 담당 이사는 "이 시스템을 통해 안전사고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가 있다"며 "근로자들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현지화 노력도 돋보인다. 시내 중심의 광장에서 여가를 즐기는 유럽 사람들의 문화에 맞춰 프레스공장과 조립공장 사이에 광장을 만들었고,공장 곳곳에는 4만그루의 장미꽃을 심어 마치 유럽 가정의 정원처럼 꾸몄다. 노사 화합과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은 지난 4월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배인규 기아차 슬로바키아법인장은 "현지 근로자들의 가정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의선 사장의 생각"이라며 "슬로바키아공장이 조기에 본궤도에 오른 배경에는 이 같은 현지화 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