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2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주가가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최근 증시를 진단해 보면 두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하나는 주가수익비율(PER)로 적정성 여부를 따져 보면 이미 주가는 각국의 여건에 비해 고평가된 수준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자금 유입과 주가 간 누적적인 상승 작용이 일어나 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이다.

효율적 시장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에 따르면 최근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증시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별로 기대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주식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

증시 기초 여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경기는 세계와 우리 경제 모두가 올 상반기를 저점으로 2008년 말까지 회복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주요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수급상으로도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주식에 전향적인 베이이 붐 세대의 은퇴가 가장 빠른 미국만 하더라도 2010년 이후부터 시작되는 데다,아시아 국민들의 자산운용 방식이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고 있어 '초과 수요'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인플레 압력과 시장 금리가 높아진다면 채권과 부동산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이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증시와의 대체관계가 가장 높은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는 설령 각국의 증시 과열 억제책으로 주식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처럼 증시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경제 여건을 토대로 한 주가 예측은 사실상 어렵다.

대내외 증권사와 증시 전문가들이 유독 올해 주가 전망을 자주 변경하고 서로 엇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쏠림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외삽법(Extrapolation) 등을 통해 올해 코스피지수 수준을 예측해 볼 때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최고치 2300선이나 그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 이른 시일 안에 해소되지 않으면 주가가 오르더라도 증시가 갖고 있는 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테크 수단별로 기대수익률이 어느 정도 맞아야 특정 재테크 수단에 대한 투기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동시에 부문별로 자금이 골고루 들어가 한 나라 경제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처럼 대기업과 대형 금융사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고 아직까지 주식 소유의 대중화 정도가 낮아 '있는 계층' 위주로 편중된 상황에서는 주가가 오르더라도 자금조달과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따른 성장잠재력 확보와 경기진작 효과가 적은 대신 기업 간 혹은 계층 간 양극화 정도를 심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심해지기 전에 증시로의 쏠림 현상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현재 정책당국이 취하고 있는 신용거래 축소와 같은 증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처럼 주식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이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는 각종 규제 완화와 정책지원 등을 통해 다른 투자 수단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콜금리 인상처럼 쏠림 현상은 더 심해져 주가가 더 올라간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