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신종상품 '사망채권'인기
'죽음에 투자해 돈을 긁어라.'
미국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최근 '사망 채권(death bond)'으로 불리는 신종 투자 상품이 기관투자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30일자)는 표지기사를 통해 "사망 채권은 지금까지 월스트리트가 만들어낸 투자 상품 가운데 가장 무시무시한 이름일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요즘 뉴욕 월스트리트에선 '죽음'이라는 색다른 투자 기법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뉴욕 셰러턴호텔에서 열린 사망 채권 관련 간담회에는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UBS 웰스파고 등 세계적인 금융사 관계자 600여명이 참석,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사망 채권의 정식 명칭은 '생명 결제 담보부 증권(life settlement-backed security)'이다.
하지만 미 금융가에서는 이를 줄여 '사망 채권'이라고 부르면서 이 같은 명칭으로 정착됐다.
사망 채권이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비싼 생명보험료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는 약 9000만명의 사람들이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보험료가 너무 비싼 것에 항상 불만을 갖고 있다.
또 일부 노인들은 노후자금 부족으로 살아 있을 때 생명보험금을 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를 노려 브로커들이 '생명 결제회사(life settlement provider)'와 주로 70세 이상 노인들 사이의 보험증권 매매를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해,노인들은 자신이 사망할 때 받을 보험금을 생명결제회사에 전부 넘기고,이 대가로 생명결제회사는 매달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현 시점에서 사망 시 보험금의 20~40% 정도를 개인에게 미리 주는 방식이다.
결국 보험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면 사망할수록 생명결제회사의 이득은 커지게 되는 '소름끼치는' 도박이다.
생명결제회사는 사들인 보험증권을 다시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등에 재판매하게 된다.
이들 보험증권을 모아 최종적으로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이 사망 채권을 발행하는 형태다.
이러한 사망 채권의 주요 투자자들은 연기금이나 대학 기부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로 연 평균 8%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사망 채권은 주식이나 일반 채권과는 달리 각종 경제 변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사망 채권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소득원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발행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투자연구회사인 샌포드 번스타인에 따르면 2001년까지만 해도 전무하다시피 했던 '생명 결제' 시장은 2005년에는 100억달러 규모로 팽창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약 300억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소규모인 생명결제회사들의 영업 행위가 투명하지 않고,일부에서는 사망 채권 발행을 늘리기 위해 생명보험 미가입자들까지 꾀어 보험에 가입하게 만드는 등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