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내 최대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의 올해 상반기 '쩐(錢)의 전쟁'에서 승리한 데는 '월가의 큰손들'이 원동력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언론들은 16일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신고된 2분기 선거자금 모금 현황을 인용,오바마 의원이 그동안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자랑해온 클린턴 의원을 선거자금 실탄인 현금 보유 면에서 제칠 수 있었던 힘은 리먼브러더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JP모건 등 월가 금융회사 직원들의 선거자금 기부 덕분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금융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선거법이 규정한 최대 금액인 1인당 4600달러를 오바마 의원의 선거캠프에 쾌척했다는 것.

오바마 의원은 막대한 수익과 과도한 연봉을 받는다며 '월가의 큰손들'을 비판했지만 오히려 이들은 오바마를 적극 후원한 셈이다.

오바마 의원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25만명이 넘는 후원자들로부터 3200만달러(약 280억원) 가까운 경선자금과 100만달러(약 9억9000만원)의 일반 선거자금을 거둬들여 전체 선거자금 액수에서도 클린턴 의원을 제쳤다.

클린턴 의원은 이 기간에 2150만달러(약 197억원)의 경선자금을 모금했고 560만달러(약 51억원)의 일반 선거자금을 거뒀다.

특히 오바마 의원 진영은 6월 말 현재 3400만달러를 보유,클린턴 진영의 3300만달러보다 100만달러 이상 실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의원의 또 다른 돈줄은 인터넷이나 우편을 통해,그리고 집회에 참석해 200달러 이하의 선거자금을 낸 소액 기부자들이었다.

오바마 진영은 올 들어 이들 소액 기부자들로부터 전체 모금액 5680만달러 가운데 29%에 해당하는 1640만달러를 모금했다.

선거모금 관련 시민단체의 국장인 마이클 말빈은 "승리할 가망이 낮은 후보가 선거자금 모금에서 선두를 차지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