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은 모든 골퍼들의 꿈이지만 3라운드 또는 4라운드 대회를 치르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2타를 줄였다는 수치 상의 의미 밖에 없다.

한 선수가 홀인원을 하면 동반 플레이어는 "2타 줄였네"라며 질투가 섞인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우승 경쟁이 치열한 최종 라운드에서 한 선수가 홀인원을 하면 상대 선수는 기가 꺾일 수 밖에 없는 일.

더구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모건 프레셀이 4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하고 2타차 선두로 나섰다면 경쟁을 벌이는 선수는 주저 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30.CJ)는 달랐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우스골프장(파71.6천428야드)에서 열린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4라운드에서 박세리는 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한 프레셀에게 2타차로 뒤졌지만 8번홀(파3)과 9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동타를 만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파를 계속하며 접전을 펼치던 박세리와 프레셀의 희비가 교차한 것은 15번홀(파4)이었다.

이 홀은 오른쪽에 숲이 있지만 그린이 상대적으로 평평해 쉽게 버디를 잡을 수 있는 홀.

박세리는 이 홀에서 2라운드 때는 버디를 잡았지만 3라운드에서는 보기를 한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세리는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티샷을 날려 보낸 뒤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 샷을 홀 바로 뒤 60㎝에 붙여 놓았다.

반면 프레셀은 홀을 넘겨 그린 가장자리에 볼을 떨어뜨렸고 긴 퍼트가 홀 30㎝ 앞에서 멈춰 버리는 바람에 고개를 떨궜다.

가볍에 버디 퍼트를 홀에 넣으며 프레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놓은 박세리는 승기를 잡았고 이후 파5 홀인 17번홀과 18번홀에 잇따라 버디를 낚아 프레셀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