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와 존 케리가 격돌한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재선을 노리는 부시 캠프는 케리에게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진보적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직이 요구하는 인격과 성실성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격렬하게 공격했다.

이에 대해 케리 진영은 "이 사람들은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심성이 삐뚤어지고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역공을 퍼부었다.

이 선거를 '역겨울 정도의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간 주역 중에는 이른바 '527'(공식 캠프 밖의 독립적인 정치그룹)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케리가 반전운동을 펼친 데 대해 "배신자이자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였다.

결과는 케리의 참패.

'네거티브,그 치명적 유혹'(커윈 스윈트 지음,김정욱·이훈 옮김,플래닛미디어)은 이처럼 미국 역사를 뒤흔든 네거티브 캠페인 1~25위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학 정치학 부교수.그는 2004년 미국 대선이 "상대 후보에 대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전쟁에 비할 만한 격렬한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새로운 현대적 기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꼽은 최악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1970년 앨라배마 주지사 민주당 예비선거.당시 주지사였던 앨버트 브루어는 민주당 예비선거 결선투표에서 전 주지사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조지 월러스와 맞붙었다.

온건중도파였던 브루어는 그의 인품처럼 품위 있는 선거활동을 펼쳤다.

지지자들이 걱정할 정도로 '신사적'이었다.

그러나 월러스는 그를 '겁쟁이 남편'이라고 부르며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주의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의 진영은 브루어의 사무실 직원을 사칭해서 여러 요양원에 전화를 건 뒤 브루어의 부인이 곧 방문할 예정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실망한 노인들의 이탈표를 챙기기 위한 속임수였던 것이다.

결국 브루어는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 책은 상대 후보의 정계 경력이 짧다는 점을 물고 늘어지거나 추악한 인신공격에 집중한 사례,부적절한 여성 관계를 부각시키고 후보의 어머니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중상모략까지 한 사례들에 렌즈를 들이댄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가십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유혹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정동영 후보가 이 책의 뒤 표지에 추천사를 함께 써 흥미를 끈다.

네 사람 모두 '악의적 네거티브가 정치발전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이라는 취지의 글을 실었다.

이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듯이 유권자들 또한 그렇다는 것을 잘 비춰주는 책이다.

440쪽,1만65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