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나친 의존도 문제로 지적

정보통신, 휴대전화 많이 팔고도 실적은 기대 이하

최근 반도체 가격 반등...하반기 전망은 '긍정적'


삼성전자[005930]가 업계의 우려대로 메모리 반도체 판가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지는 저조한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9천107억원을 기록하며 2001년 4.4분기 690억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며 실적 부진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무엇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폭락에 공급 과잉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2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 메모리 가격 폭락에 삼성 '또 울었다'

전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삼성전자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회사 전체의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 총괄의 2.4분기 매출은 4조2천600억원, 영업이익은 3천300억원에 이익률은 8%로 떨어져 전분기보다 실적 악화가 심화됐다.

1.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낸드플래시 가격 폭락 때문이었다면 2.4분기에는 5월 연초 가격의 3분의 1 수준까지 추락한 D램 가격 때문에 최악의 실적을 면치 못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물 시장에서 DDR2 512Mb(667MHz) 가격은 연초 6.3달러 선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3월 말 2.9달러까지 하락, 6월 중순에는 1.8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낸드플래시는 2월 중순 완만한 하락세를 멈추고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초부터는 애플의 아이폰과 대용량 뮤직폰 등의 출시와 맞물려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총괄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D램의 가격 폭락을 견디지 못했다.

반도체 시황에 반도체총괄 실적이 휘청거리고, 반도체 총괄의 실적에 다시 회사 전체의 실적이 요동하는 '천수답'과 같은 회사의 사업 구조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 정보통신 '기대 이하' vs '전략적 후퇴'

정보통신 총괄은 휴대전화를 많이 팔고도 영업은 예상보다 신통치 못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중저가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매출은 전분기(3천480만대)에 비해 8% 오른 3천700만대를 기록, 사상 최대 판매대수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전분기 대비 마케팅 비용이 많이 늘었고 주로 인도와 동남아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폰에 집중하면서 수익률은 만만찮게 떨어졌다.

정보통신 총괄의 2.4분기 성적표를 보면 매출 4조5천억원에 영업이익 3천500억원, 이익률 8%였다.

정보통신 총괄의 매출은 휴대전화 매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분기보다 1천억원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당장 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작년 동기 대비 물량이 50% 가까이 증가, 시장 점유율을 14%까지 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우식 부사장은 "유럽 등 고가 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시장 장악력을 높여나가기 위해 로우엔드(low-end)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며 "향후 시장 장악력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두자릿수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보통신 총괄은 지난 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반도체의 영업이익을 앞서며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 총괄의 영업이익은 3천500억원으로 반도체 총괄의 3천300억원을 앞질렀고, 앞서 지난 분기에서도 정보통신 총괄의 영업이익은 6천억원, 반도체 총괄의 영업이익은 5천400억원이었다.


◇ LCDㆍ생활가전은 모처럼 '활짝'

2.4분기에는 LCD 총괄의 성과가 눈에 띄었다.

LCD 총괄은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2.5%에서 9%로 올라 2천900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지난 분기의 실적 부진을 털었다.

LCD 총괄의 실적 개선은 아무래도 노트북, 모니터 등 IT용 패널과 TV용 패널의 가격 상승과 직결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를 대비한 패널 수요가 살아나면서 20인치 이상 모니터 패널 물량이 대폭 증가했고 노트북용 패널도 14인치와 15인치 제품이 성장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연초 90달러였던 14인치 노트북용 패널은 3월 82달러까지 내렸지만 4월부터 반등해 지난달 91달러까지 올랐고 19인치 모니터용 패널은 3월 117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등, 5월 13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IT패널 가격 상승에 힘입어 TV용 패널 값도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LCD 패널 가격 회복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전체 LCD 업계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필립스LCD도 2.4분기 매출 3조3천550억원, 영업이익 1천5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생활가전도 유례없는 에어컨 호황과 전략 제품 출시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매출이 전분기 대비 23% 증가하면서 7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디지털미디어 총괄은 평판TV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프린터 시장에서도 점유율 2위로 올라서는 등 견조한 성장을 계속해 연결 기준으로 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 삼성전자, 실적 바닥 찍었나

그러나 3.4분기 이후 실적 전망은 핑크빛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상반기 회사 실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이들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산업은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증가와 상반기에 비해 공급률이 둔화하면서 회복될 전망이다.

D램 가격은 지난달부터 공급량 감소와 계절적 수요 회복에 따른 기대감, 윈도 비스타 효과 등이 반영되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런 상승세는 계절적 성수기가 본격화되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애플의 아이폰과 대용량 뮤직폰, 기존의 하드드라이브를 대체하는 SSD의 보급에 힘입어 견조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스템 LSI 사업도 대형 TV와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판매 호조가 예상돼 반도체 사업 부문의 전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안정되고, D램 68나노 공정과 낸드플래시 50나노 공정 등의 전환을 통한 원가 절감 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이익률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우식 부사장은 "상반기에는 D램 가격의 폭락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모든 영역에서 사업 구조가 튼튼해졌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하반기와 내년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