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LCD 가격강세로 하반기 턴어라운드 예상"


실적개선 기대.M&A설로 주가 6.35% 급등



삼성전자가 13일 내놓은 2.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는 평가다.

비록 2001년 1.4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기는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와 LCD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기대해도 좋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이날 주가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외국계 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설이 돌면서 전날 대비 6.35% 급등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 1분기 영업익 예상치 부합 = 삼성전자는 이날 2.4분기 매출액이 14조6천3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9천100억원으로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전날 국내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삼성전자 2.4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14조9천473억원, 영업이익이 9천11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예상치와 거의 일치했으며, 매출액은 시장 예상을 약간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2.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수준은 2001년 4분기 690억원 이래 최악으로 이는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는 메모리반도체와 LCD 제품의 극심한 가격하락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올 들어 단 한번도 상승하지 못한 채로 6개월 간 추락, 연초 6.3달러였던 512메가 DDR2 D램 가격이 지난달 초 1.6달러까지 떨어졌었다.

◆ "하반기 실적개선 주목해야" =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2.4분기 실적이 아니라 하반기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CJ투자증권의 송명섭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보다는 하반기에 이익 개선 추세가 얼마나 뚜렷이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LCD시장 업황 호조 ▲휴대전화 출하량 증가 등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하반기 실적이 큰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의 경우 지난달에 1.66달러까지 내려갔던 D램 512메가 DDR2 제품 가격이 이달 들어 20%나 반등, 2달러선으로 올라섰으며, 낸드플래시 가격도 올초 가격을 웃도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이선태 연구원은 "삼성전자 하반기 이익의 60%를 차지할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업황이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은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삼성전자가 3.4분기에 1조4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날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양호한 2.4분기 영업이익을 내놓으면서 3.4분기에는 1조5천억원대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의 이문한 연구원은 "3.4분기는 9월 미국 신학기 개학과 맞물리는 메모리반도체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제품 가격이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는 지금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 "M&A 실현 가능성 없다" = 이날 삼성전자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다 적대적 M&A 위협설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쳐 6.35% 급등한 68만7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보통주 101조1천946억원, 우선주 11조9천870원 등 모두 113조1천81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날 적대적 M&A 위협설은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 등 외국계 펀드가 삼성전자을 대상으로 적대적 M&A를 추진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 촉발돼 순식간에 증시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지분 구조와 막대한 M&A 비용을 감안하면 적대적 M&A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3월 말 현재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은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 지분의 15.84%에 달하며 여기에 자사주 14.39%를 합치면 우호 지분은 최소 30.23%에 달한다.

우호 지분이 이렇게 많을 경우 적대적 M&A가 성공하려면 보통주만 계산해도 시가총액이 1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지분 50% 이상이 필요한데 지분경쟁이 보통 주가급등을 불러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대적 M&A에는 75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껏 이뤄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M&A가 올 2월 KKR이 미국 전력회사 TXU를 450억달러(한화 41조원)에 인수한 것임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금액인 셈이다.

동양종금증권의 이문한 연구원은 "사모펀드 M&A는 대부분 우호적 M&A로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처럼 시총이 큰 기업을 적대적 M&A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